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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by 洪海里 posted Sep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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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洪 海 里

거금도 바다에 닿은 다음날

고문하듯 내리꽂히는 빗줄기

밤알만한 빗방울---

해면에 닿자마자 물기둥을 세우고

은빛 왕관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우리는

갈 길 잊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무작정 막소주를 마셔댔다

이제껏 지고 온 세상의 무게도 잊고

그렇게 하루가 노박이로 젖었다

치맛자락이 무거워

바다는 자꾸 쓰러지며

너울 타는 파도를 일으키고

우리는 영혼까지도 벗어 놓았다

사람도 섬이 되는 것을

우리는 거금도 바다에서 알아버렸다

섬이 바닷속으로 떠나가고

우리가 섬이 되어 빗속에 떠 있었다.


  • ?
    한경은 2006.09.11 11:05
    아주 어린 날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신평 부둣가에 서서 소록도 쪽으로 바라보았죠.
    문둥병, 아니 나환자들이 산다는 소식에 그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도 그런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곤 했죠.
    중학생이 되서야 그런 병은 그렇게 걸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섬은 내게 어떤 병적인 상상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벚꽃이 휘날릴 때 그게 마치 나환자의 병증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들의 천국]]이란 책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죠. 
    이제야 거금도를 40세가 되어서야 가슴에 품습니다.  
  • ?
    진병일 2006.09.11 21:19
    선생님 저희 거금도 사이트에 왔다 가시고 시도 올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거금도 적대봉에 올랐답니다. 그 글은 다음에 선 보이겠습니다.
  • ?
    하늘바람 2006.09.18 19:43
    사람도 섬이 되는 것을/거금도 바다에서 알아버렸다.
    -는 영혼을 벗어 놓은 님의 글에 한심취해 봅니다.
    어쩜 진병일님이 속한 문학단체의 한분이시라 여겨집니다만,
    거금도를 사랑하는 마음에 마음 한켠을 열어 봅니다.
    좋은 글, 감동이 있고 느낌이 오는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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