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洪 海 里
거금도 바다에 닿은 다음날
고문하듯 내리꽂히는 빗줄기
밤알만한 빗방울---
해면에 닿자마자 물기둥을 세우고
은빛 왕관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우리는
갈 길 잊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무작정 막소주를 마셔댔다
이제껏 지고 온 세상의 무게도 잊고
그렇게 하루가 노박이로 젖었다
치맛자락이 무거워
바다는 자꾸 쓰러지며
너울 타는 파도를 일으키고
우리는 영혼까지도 벗어 놓았다
사람도 섬이 되는 것을
우리는 거금도 바다에서 알아버렸다
섬이 바닷속으로 떠나가고
우리가 섬이 되어 빗속에 떠 있었다.
신평 부둣가에 서서 소록도 쪽으로 바라보았죠.
문둥병, 아니 나환자들이 산다는 소식에 그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도 그런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곤 했죠.
중학생이 되서야 그런 병은 그렇게 걸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섬은 내게 어떤 병적인 상상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벚꽃이 휘날릴 때 그게 마치 나환자의 병증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들의 천국]]이란 책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죠.
이제야 거금도를 40세가 되어서야 가슴에 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