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인간은...
아니 인간이기에
백년을 못 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한참의 시간을 달려와서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엔 아픈 상처만이 응어리져 있었다.
어제 같은 오늘도
항상 그렇듯
어느 날엔가 만나게 될 또 하나의 나를 위하여
나는 마음 한 구석 쓰린 상처에 소주를 들이 붓고는
마비된 나의 이성을 흔들어 깨운다.
그러나
눈을 뜰 때면 또다시 혼자라는 아픔에
나는 늘 눈물이 났다.
인생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일지라도
이 거칠고 차가운 세상에서 숨쉴 수 있는 자유 하나만으로도
마지못해 행복해야 하는 것일까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기차처럼 요란하지는 않아도
세상의 오만을 쓸어버릴 듯 덮쳐오는 노도처럼 거대하지는 않아도
목이 메이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 하나에 미소 지을 수만 있어도
이 땅에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버릇처럼 다가왔던 참담했던 믿음을 어리석게도 또다시 신뢰하여
어떠한 이유로도 나를 위해 잠시의 기다림을 기꺼워하고
나를 위해 울어 줄 또 하나의 나를 찾아
나는 이 밤에 여장을 꾸린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이내 사라져 버렸던
슬픈 그림자 하나를 지우지 못하고
그것이 비록 혼자만이 간직한 작은 의미 일지라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내 마음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음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허위허위 가다 혹은 병이 들어도
혹은 지쳐 쓰러져도 그 자리에서
차마 고개를 파묻고 돌아보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내 기나긴 여정이 끝나는 날
그를 만나 이렇게 말하리라.
그리웠노라고....
길 위에 놓여진 나는 지금
어느 시인의 마음을 느낀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는....
비오는 날이나
그냥 슬픈 날엔
이런 끄적거림
많이들
했었지요
그 때 했던 낙서 하나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들춰보니
노트 한 구석에
아직 자리하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