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네게 느티나무가 되어
글 / 한경은
방금 낯선 골목 막 돌아나와
처음 맞이한 그 길에 우뚝 서 있을 때
삶의 막막한 고단함에 네가
푸우푸 한숨 쉴 때도
너에게 쉼표 하나 가져다 줄게
어쩌면
살아도 죽은 것처럼 네가 멍하니 살고 있을 때
어둔 방에서 우두커니 혼자 서있을 때도
널 위해 푸른 그늘 만들며 언제나 기다려줄게
시골 동네 어귀에
홀연히 자리한 느티나무
난 네게
그런 널따란 느티나무가 되고 싶어
동네 어귀 느티나무는
긴 기다림 끝에 너의 가슴쪽으로
팔 벌리며
푸근히 널 맞아줄 거야
내 사랑 듬뿍 담긴
마음 한 조각
푸르디 푸른 이파리에 담아
늘 네게 드리워줄게
언제나 내 마음의 동그란 나무 둥지에
네가 앉아 맘놓고 쉬어갈 수 있게
난 네게 초록빛 느티나무가 되어줄게
연인의 모습으로 시간을 공유하는 풍경이란...
누구에게 쉼표를 놓으려고 느티나무가 되셨나.
누구에겐가 기대일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고 그늘이 되어주는
그런 삶은 참 행복할 터이니.
사람의 관계가 얄궂고 난삽하여서 고통이 되고 아픔이 되기도 하고 힘든 역경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이 하나쯤 곁에 있을 때는 힘이 돋기도하고
삶이 풍요로워지기도 하며 때론 살만한 세상이 되지도 않던가.
고흥가서 하룰 힘겹게 오가는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찜질방에서 잠을 설치게 하는
뭔가 인성교육이 안된 아이들도 만나고
잠을 편히 못잔 댓가로 몸이 천근만근 고단함을 겨우겨우 이기며 왔네
그래서 오늘도 컨디션은 제로섬에 버둥이고 있네.
쓸쓸한 풍경속에 발 딛기를 했네.
* 십자수 넘 고마웠고, 넘 예뻐 서가에 보관 중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