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풍속도 3
― 대학로
한국통신 혜화동 지점, 서울대학병원,
한국방송통신대학 본부, 한국예술문화회관,
파랑새 극장, 길 건너편 배네통 지점, 나래디자인 학원,
길 건너편 롯데리아.
벽마다 붙인 옷 벗은 연극 포스터
눈은 쩝쩝 맴은 빵빵빵
제기랄 이름도 못 외우겠구나!
오랜만에 비 억수로 내리는 대학로
막거리 몇 잔에 취해 사글세방에 간다
이런 밤엔 술에 대취해
별밤의 노래를 부르며
자연의 서정抒情에 대하여
고개를 주억거리는 비 내리는 밤.
해화전철역 지하철 달리는 소리
서정은 확 날아가삐리고
발은 빗물에 젖은 구두에게
그만 젖어야 한다고 투덜거린다
억수로 비 내리는 대학로
전등불빛이 빛나고
얼굴, 또 화장까지 한
이름도 모른 여자애들
생기 있게 거리를 휩쓸고 다니면서
비를 맞으면서도 즐거워 한다
그녀들과 함께 오늘 어울려볼까!
아, 주책없는 욕망이여
산 속의 선승을 생각할 지어다
지나며 본다 오비광고지
박중훈이
오 비 많이 마시라고 광고할 때면 추던
랄랄라 춤이나 출까
현대책방 지나 파란 신호등 기다릴 때
빗물에 젖은 내 구두를 본다.
파란 신호등도 하나의 상징
햐, 그 따위 상징이 뭐가 중요하지
그딴 생각하면 다시 총으로 빵 빵 빵
24시 팬시점 앞 아침마다
가판대 주인아저씨 하루 일상을 갈무리하고 있다
신문꽂이 한켠에 세워놓은 한겨레신문
북한 어린이 돕기 활자가
빚어 젖어 울고 있다 울고 있다
술이 확 깨여 감옥 같은 사글세방으로 간다
그래도 랄랄라 춤이나 출까 술에 취해
(이 시는 박중훈이 오비라거 텔리비전 광고 하던 시기에 쓴 시입니다.
현재 쓴 시를 올려야 함에도 그렇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비오는 날은 더욱
젖는 신발도 힘들어 보여라.
꼭 우산이 아니어도 내리는 비마저
정으로 덮어 주던 때
왜 그리 선술집 음식 내음과 술내는 달달하던지...
킁킁킁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빈 방
전깃불 켜고 들어서는 그 사글세 방.
한발 한발 어깨에 카메라 둘러메고 서울 구경 시켜주는
TV를 보는 듯 하여이다.
지금에사 사글세 방은 탈 하셨으리라...
힘내시고 혼자 다니시지는 마시고 이 곳에 방을 붙여
불러 봄은 어떨지요.
그 때는 랄랄라 춤을 덩실 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