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실산 둘레길
작년 늦가을 정든 가지를 떠나 수북이 쌓여 있는 떡갈나무 낙엽을 밟으면서
봉실산 삼십오리 둘레 길을 터벅터벅 혼자 걷는다.
외진 산길을 돌고 돌아 산마루에 이르니 산 아래 마을에서 소슬바람이 불어와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 준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둘레길은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떡갈나무가 우거져 발걸음을
더듬거리게 한다.
그래도 늙은 노송이 우거진 숲 길를 지날 때는 살랑거린 봄바람에 실어 온 솔향기를 마시며 새 힘을 얻는다.
봉실산 지명유래는 산 아래 개천 넘어 있는 비봉산에서 봉이 날아 이곳 봉실산에서 둥지를 틀고 앉아 알을 낳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그 이름값을 하느라고 봉실산 밑에는 첨단 과학단지가 조성되어서 황금알을 낳은 곳이 되었으니 옛사람들은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인적 없는 산속에서 이름 모를 잡초들과 지저귀는 산새들과 벗하며 내 인생의 길을 생각해 본다.
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져 그리움은 켜켜이 쌓여 있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 어느 하늘아래서 숲속 길을 걷고 있을까!
어느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람에 이는 잎새 에도 맹세를 하였다는데
나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생각하니
바람에 이는 잎새에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숲속 길을 걷고 또 걷다보니 봉실산 둘레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내 인생의 종점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이제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살다 가야지....
을미년 한해에도 건강하시고 만사형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