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 주책이다?
내 아내는 TV연속극을 즐겨 본다.
내가 아무리 TV연속극보다는 책을 보라고 권유해도 ‘책은 눈이 아파 볼 수 없다’는 핑계로 나몰라라는 식이다. 하기야 그 나이 또래 여자들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읽을까 하는 생각으로 권유를 포기한 지 오래다.
나도 아파트의 구조상 거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내가 보는 연속극을 같이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보는 드라마마다 줄거리가 너무나 막 가는 것이다. 소위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막장드라마’인 것이다.
내가 막장드라마라고 한다고 해서 막장드라마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스토리의 전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연속극(이것들을 막장드라마라고 가정하고)을 생각나는 대로 몇 개 써 보자면
이미 방송이 끝난 연속극으로는 ‘너는 내 운명’, ‘수상한 삼형제’,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의 유혹’, ‘조강지처 클럽’ 등등이 있었고, 현재 방송중인 연속극으로는 ‘주홍글씨’, ‘웃어라 동해야’, ‘시크릿 가든’, ‘호박꽃 순정’ 등등이 있다.
실제로 어제 저녁에 방송된 ‘웃어라 동해야’에서는 뜻하지 않게 헤어져 27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극적으로 만났는데 사소한 일로 또 다시 헤어지게 하는 상황을 연출해 나의 심기를 건들더니 오늘 아침에는 아내가 즐겨보는 아침 드라마 ‘주홍글씨’에서 차혜란의 고모인 영림이 00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는 “내가 너에게 왜 이런 말을 하지. 내가 참 주책이지!”라고한 대사가 또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정녕 여기에서 쓰인 ‘주책이다’라는 말이 상황에 맞는 말인가?
‘주책’이라는 단어는 ①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두 가지의 뜻이 너무 다르다. 그리고 이 ‘주책’에서 파생된 ‘주책맞다’, ‘주책없다’, ‘주책이다’라는 말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표준말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주책없다’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책맞다’와 ‘주책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듣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 주책이라는 단어에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①의 뜻으로는 ‘주책없다’로 쓰면 되고, ②의 뜻으로는 ‘주책을 부리다, 주책을 떨다, 주책이 심하다’ 등으로 사용하면 될 것 이다.
한편, 요즘의 연속극을 ‘막장드라마’라고 하는데 막장드라마란 무엇일까?
막장드라마란 기승전결로 귀결되는 필연적인 사건의 전개보다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현실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총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럼 여기에서 쓰인 ‘막장’이라는 단어의 뜻은?
그 뜻을 알기 위하여 사전에서 발췌해 보았다.
막장1 - 선자 서까래의 마지막 서까래.
막장2 - 갱도의 막다른 곳.
막장3 - ‘끝장(일의 마지막)’의 잘못.
막장4(-醬) - 허드레로 먹기 위하여 간단하게 담근 된장.
막장(오픈사전) - 인생 갈 때까지 간 사람을 지칭하는 말.
위 내용만 가지고는 어느 ‘막장’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오직 시청률만 높이기 위하여 아무렇게나 만든 것이 막장드라마라면 느낌상 막장3이 아닐까 한다.
주책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다가 이야기가 막장드라마까지 가게 되었다.
어디 막장드라마가 연속극뿐이겠는가?
우리의 삶 자체가 막장드라마인지 모르지만 단지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책 : ①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
주책바가지 : 주책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주책없다 :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
주책이다 : ‘주책없다’의 잘못.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건
검찰한 무리한 발표!
하기야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런 일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