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 신(귀신)은 있는가?
요즘은 티브이 방송 채널이 많아서 별스러운 방송을 다 볼 수가 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신(귀신)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실험한 방송인데 그 방송을 보노라면 한결같이 귀신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과연 귀신(신)은 있는 것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미지의 힘에 의하여 일어나는 일들은 다 귀신의 짓인가?
과학적인 어떤 작용과 미지의 힘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또 그 일어나는 일(또는 그 힘)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하면 다 귀신이 한 일인가?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큰 힘 중의 하나가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라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어려운 것은 조선을 새운 태조 이성계의 혼령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데?
일본 사람들은 왜 우리의 산하에 쇠말뚝을 박았을까?
혼과 대화를 한다는 퇴마사들 그리고 심령술사와 같은 수많은 무속인들의 존재 의미는?
풍수지리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보아도 명당(?)이라고 보이는 그 많은 사찰들의 터는?
튼실하게 버티고 있는 우리 엄마의 무덤 옆에 같이 만들어 놓은 우리 아버지의 가묘는 왜 그리 초라하게 보이는가?
이것들은 유신론자도 아니고 무신론자도 아니고 철학자는 더더욱 아닌 그냥 세태에 물들어가며 사는 보통사람인 나의 의문이다.
우리네가 신(혹은 귀신)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나 과연 누가 이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답을 해 주마.
후일 내게 태주가 들어 지피면 말이다.
그런데 태주는 여자에게만 내린다고 하니 내게 지필 리가 만무하구먼!
귀신이 있는지에 대하여 나름대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맺는다.
전남 화순의 만연산 자락에 나의 아내가 매월(음력) 초사흘이면 찾는 청룡사라는 절이 있다.
이 절은 사찰로 등록은 되어 있으나 주인은 승적이 있는 중이 아니고 아내와 같이 살면서 소도 키우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니 이런 곳도 절(사찰)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도 아내를 따라 몇 번 가보기는 했다.
집 한 켠에 예불을 올릴 수 있는 법당을 만들어서 부처님을 모셔놓고 때맞춰 예불을 올리는 그 주인은 귀신과도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기는 수도를 위하여 새벽마다 만연산을 오르는데 오르는 길에 있는 무덤의 주인인 처녀귀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들은 그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으니 믿고 안 믿고는 각자가 판단하여야 하듯이 귀신이 있고 없고도 각자가 판단할 노릇이다.
지피다 - 사람에게 신이 내려서 모든 것을 알아맞히는 신통하고 묘한 힘이 생기다.
태주 - 마마를 앓다가 죽은 어린 계집아이의 귀신. 다른 여자에게 신이 내려서 길흉화복을 말하고 온갖 것을 잘 알아맞힌다고 한다.
정말 어려운 명제다.
아니, 쓸데없는 명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
왜?
후일 태주가 지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