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 콩켸팥켸
‘콩’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작다’는 이미지가 맨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생겨 난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는 속담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같이 나누어 먹음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작은 콩이 둘로 나누어진 한 조각을 우리말로 ‘짜개’라고 하며, 어떤 물건(예를 들어 통닭, 통나무, 수박 등등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나누지 아니한 그대로의 상태로 있는 것을 ‘온새미’라고 한다.
이런 콩도 제일 작은 녹두에서부터 조금 큰 완두콩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는 콩과 팥과의 관계이다.
(여기에서 콩과 팥의 설명하기 위하여 표준국어사전에 실린 내용을 싣는다.)
콩 : 콩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10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세 쪽 겹잎인데 털이 있다. 7~8월에 잎겨드랑이의 짧은 가지에 흰색, 붉은색, 보라색의 작은 나비 모양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피고, 그 가운데 몇 개의 꽃이 결실하여 꼬투리가 된다. 꼬투리 속에는 1~3개의 긴 타원형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식용하거나 기름을 짜서 쓴다. 중국이 원산지로 한국, 만주,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비슷한 말 : 대두(大豆)
팥 : 콩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30~6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세쪽 겹잎인데 잔잎은 달걀 모양으로 뾰족하다. 여름에 노란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가늘고 둥근 통 모양의 긴 꼬투리에 4~15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유용한 잡곡이다. 인도가 원산지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널리 분포한다. 비슷한 말 : 소두(小豆)
위의 내용처럼 팥은 小豆라고 하여 그 씨알이 大豆라고도 하는 콩보다 조금 작기는 하지만 엄연히 식물학적 분류상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그 성분이나 쓰임새가 콩과 비슷한데도 우리 조상들이 만든 단어나 속담들을 보면 콩과 팥을 대비시켜 마치 콩과 팥이 서로 다른 식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그렇게 느낄 뿐이지 사실은 콩과 팥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동격의 자격으로 인용되어 만들어진 단어나 속담인 것이다.
그러한 속담을 몇 개 예로 들어보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도 닷 말, 팥도 닷 말’
‘콩을 팥이라고 우긴다.’
‘콩을 팥이라고 해도 곧이듣는다.’ 등등 많이 있는데
느끼는 바와 같이 콩과 팥을 동격으로 하였으면서도 아주 작은 미묘한 차이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소제목인 ‘콩켸팥켸’’라는 단어의 뜻은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 된 것을 이르는 말’인데 그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단어의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콩켜팥켜'가 원말이고 '켜'는 물건을 포개어 놓은 층을 말한다. 시루에 떡을 찔 때 떡의 재료를 순서 없이 집어넣어서 어디까지가 콩켜이고 팥켜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편 ‘콩팔칠팔(’콩칠팔칠‘도 같은 말이다)’이라는 단어도 콩과 관련된 말로 그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짜개 - 콩이나 팥 따위를 둘로 쪼갠 것의 한쪽.
온새미 - (주로 ‘온새미로’ 꼴로 쓰여)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있는 그대로의 상태.
콩켸팥켸 -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 된 것을 이르는 말.
콩팔칠팔 - ①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마구 지껄이는 모양. ②하찮은 일을 가지고 시비조로 캐묻고 따지는 모양.
내일 어떤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청산도엘 가기로 했는데(1박2일)
집 사람이 함께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겨 혼자라도 가야 하는지
가지 않아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더욱 나를 짜증스럽게 하는 것은
오후 다섯시가 조금 넘은 이 시각에
사무실 벽의 온도계는 26도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