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마을 주민 이주대책 설명회 ⓒ고흥뉴스6월 중순경 거행될 우주센터 기공식. 「우주항공시대 개막」,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라는 거창한 구호들을 양산해낸 나로도 우주센터.
그 우주센터의 기공식 준비로 들뜬 요즘, 우주센터가 가져다 줄 장밋빛 청사진에 흠뻑 도취해있는 사이 그 누구보다도 관심과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사람들과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냉대받고 홀대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박탈당하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정든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하반과 예내마을 주민들입니다. 자신들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에다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 서운함이 겹치면서 순진하기만 했던 이들의 속사정은 현지를 찾은 기자에게 원망과 울분에 찬 목소리로 폭포수처럼 쏟아놓았던 말만큼이나 복잡 미묘하고 서럽디 서럽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기자는 현지 주민들이 쏟아낸 말을 법적인 타당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세상을 향해 역사를 향해 삭제 없이 생생하게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우주센터라는 화려함은 무자비하고 몰인정스런 법의 잣대에 따라 강요된 물질적 정신적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하반과 예내 주민들 때문에 생겨난 화려함이며, 장차 우주센터로 인해 발생할 열매는 이같은 커다란 희생을 거름으로 하여 자란 열매임을 기억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5월 23일 주민이주대책설명회에서는 원망 섞인 말과 울분을 토하는 주민들의 주장에 공특법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군 관계자의 대답이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법에 규정된 보상의 많고 적음에 대하여 지난 2년간 주민들과 행정간의 줄다리가 계속되는 사이, 이주민들이 겪어야하는 아픔은 전혀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고 있었으며, 이주민들은 이것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설명회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던 한 할머니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수십년 동안 살아 온 집을 두고 이제 곧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까? 그 눈물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이었습니다.
▶“내 것이 없어도 먹고사는 것 걱정 없이 살고, 해초 뜯어먹고 살고 그랬는디, 큰 욕심 안 부리고 다들 그렇게 좋게 살던 곳인디, 무슨 죄가 있어서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살라는 건지, 밤나 울어싸코 그라요. 보쇼, 눈이 있으면, 이렇게 좋은 곳을 버리고 어딜 가, 우리보고 나가라니 돈 몇 푼 주고 나가라니 눈앞이 깜깜하고 - 모르것소, 통, 이러다 그냥 죽을랑가 - 통-.”
▶ "기공식 될 가 싶으요. 예? 없는 사람 동정해주고 법으로 안되믄 군에서 우리는 이제 고흥군민도 아니란 말이요? 쉽게 이주 하겠다고 해주니까 어렵게 악하게 괴롭히고 (동의)안 해주겠다는 사람들한테는 찾아가고 사정하면서 순순히 순하게 해준 우리들한테는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우리도 기공식 가서 저서버릴 수 있어요. 그럴 용기가 없는게 아니어요. 그런데 이럴 수 있습니까? 잘해주라고 협조해 주라고 하고 해서 했으면 약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 줘야지, 항우연에서 법규정만 이야기 하더라도 군에서는 우리를 위해서 안된 마음으로 조금이라고 잘 해주려고 노력을 해줘야지 그런 것은 없고 그쪽 편에서 일해주면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
▶“당신들이 구두(말)로 잘 봐주고 하겠다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고 우리가 어리석은 것이지”
▶“연세 많은 분들이 이제 그 적은 돈으로 나가서 도시에 가서 살 수도 없고 근처에서 하다 못해 가진 능력도 없는데 농사를 지을 수 도 없고 민박이라도 해 먹고 살게 해줘야죠”
▶“우리가 가장 큰 희생을 하고 이렇게 쫓겨나는데 어떻게 기공식은 또 예내에서 합니까? 그것도 분하고 억울하요. 분하고 그래서 그 길로 가지도 못하는디 -”
▶“우리 주민들, 너무나 못나고 어리석어서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분노만 가득한데 그런 사람들 안되게 생각하고 가엾게 생각해서 그 뜻에 따라서 군 당국에서 좋은 일 하기위해 하반주민들이 희생했으면 악한 사람들만 비위 맞추지 말고 우리도 좀 도와주시라는 겁니다. 소외당하고 어수룩한 우리를 좀 보살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업권 보상도 말만 최대한 노력한다고 하고- 이걸 어떻게 믿을 꺼요. 육상 보상 나온 것도 그 조금 되는 것 다 이것저것 자식들 주고 이러고 저러고 하니 돈도 없고 해상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는데 ”
▶“법은 누가 만든 법입니까? 우리 국민들 잘 살게 하려고 만든 법이지, 도대체 이것이 뭡니까? 법이라도 바꿔서라도 이렇게 힘없는 사람들 도와줘야지-”
▶“이젠 우리가 죽느냐 사는냐 하는 판인데 우리가 뭘 더 봐주겠소, 내가 죽게 생겼는디-”
<김주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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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떠나지 않고 살게 해주오" | |||||||||||||||||||||||||||||||||||||||||||||||||||||||||||||
[르포] 우주센터 들어설 외나로도 하반마을을 찾아 | |||||||||||||||||||||||||||||||||||||||||||||||||||||||||||||
조경국 기자 | |||||||||||||||||||||||||||||||||||||||||||||||||||||||||||||
보름이나 계속된 비로 마을의 여름 한철 장사가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날씨는 맑지만 휴가철이 지난 터라 관광객의 발길 뜸하고, 적조까지 겹쳐 마을 앞바다에 위치한 목섬을 찾는 낚시꾼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하반마을 주민들의 깊은 한숨은 여름 한철 장사 망쳤다고 내쉬는 한숨이라 하기엔 너무나 깊다. 우주센터의 건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반 마을은 400년 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1톤 미만의 작은 어선으로 통발을 거둬들이거나 밭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곳 주민들은 우주센터가 들어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욕심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기상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아침나절 통발을 걷어 오면 적어도 5만원, 운이 좋은 날에는 2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계절에 관계없이 찾아오는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일만으로도 넉넉하진 않지만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보상비 안 받아도 좋응께, 이곳에서 살게만 해주시오" 지난 3월 주민들은 우주센터 건설의 주무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센터(이하 항우연·www.kari.re.kr/)가 있는 대전까지 찾아가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보상비는 필요없으니, 마을에서 예전처럼 살게만 해주시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정부 사업이니 어쩔 수가 없다는 것. 결국 하반 마을 주민들은 체념을 안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예 우주센터 건설 사업 계획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잃고 난 뒤 닥쳐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무런 신경도 써주지 않고 있어요. 주민 대부분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일정 부분 경제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면 그분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 겁니다. 고향을 잃었다는 상실감도 문제지요." 외지에서 생활하다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97년 낙향해 사슴 농장과 어업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또 한번의 위기를 맞은 노정민(42)씨는 아직 젊은 자신보다 마을 어르신들이 더 걱정이라며 앞으로 마을에 닥칠 일을 염려했다. "하반 마을 주민들 중에 보상비 타간 사람은 없다니까"
현재 정부가 우주센터 부지 보상비로 책정한 것은 모두 101억. 하반 마을에 49가구가 살고 있으니 평균으로 따진다면 가구마다 2억 정도의 보상비가 나가는 셈이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 앞에서 "2억 정도 받으시면 다른 곳에서 생활이 가능하실 것도 같은데"라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혼이 났다. "2억은 무슨 2억이야. 반이 넘는 가구가 보상비가 7천만 원이 안돼. 그것 가지고 집사고 먹을 거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겠어. 작게는 2천만 원 나온 이웃도 있단 말이야. 그 돈 가지고는 전세도 못얻어. 여기서야 사는 것 먹는 것 걱정하나. 바다에 나가서 고기잡고, 텃밭이라도 일구면 먹을 거 걱정 안 해. 그러니 누가 보상비 받아갈 생각을 하겠나." 목섬과 바다가 훤히 보이는 나무그늘 아래 모여 있던 주민들은 보상비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심 좋고 경치 좋은 섬 마을이 정부사업 때문에 나날이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20년 이상 국립공원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했어"
배를 손보고 있던 김동민(67)씨는 그 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정부쪽에서 전혀 고려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먹고 살길까지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것이 김씨의 이야기다.
만약 정부의 제시안을 받아들여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고 해도 나로도를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 호반마을 주민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인데, 보상비를 받는다 해도 벌써 땅값이 올라버린 나로도 어디에도 터전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이다. 결국 하반마을 주민들은 지난 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우주센터의 생산유발효과는 연계사업 투자 4014억원,관광부문 4130억원 등 모두 8144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는 장밋빛 미래의 그늘 속에서 걱정과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고흥군은 우주센터 유치했다고 김칫국만 마시고 있는 거야. 감정평가를 제외한 보상 대상 조사나 보상비 계약건은 고흥군이 하고 있다는데 주민들의 마음이 이렇게 돌아서 있으니 제대로 진행될 리 있나. 정작 주민들이 하소연하면 자신들은 주무관청이 아니기 때문에 항우연과 이야기하라 하니... 자치단체에서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뭐 있어." 길을 가다 마주친 마을 주민은 자치단체가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우주센터와 관련된 민원문제를 고흥군 측이 주민들을 대신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권한이 없다는 핑계로 주민들이 직접 항우연과 연락하는 형편이라며 고흥군의 안이한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총 520필지의 보상 대상 토지 중 보상이 완료된 토지는 28필지 밖에 되지 않아 지난 6월 착공될 예정이었다가 다시 11월로 연기됐던 재착공 계획마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토목공사 입찰과 인허가 문제는 다음달 중으로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보상비 문제는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부는 우주센터 조기 착공을 위해 토지보상비를 포함한 사업비 647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자신들의 생계 문제가 걸려 있는 하반마을 주민들로선 정부나 항우연의 납득할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버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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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0 오후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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