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도로
(부제 : 국도 14.2Km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제주도의 어떤 택시기사에 의해서 알려진,
내리막길에 차를 세워두면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차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르막 쪽으로 뒷걸음치는 것으로 유명한 신비의 도로(혹은 도깨비 도로)는, 제주도를 관광하는 사람들의 필수코스라지만 나는 가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이므로 나를 유혹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진짜 신기한(?) 도로를 발견했으니 여러분도 한번 가서 경험해 보기 바란다.
지난 5월 10일.
나는 제17회 금산면민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광주로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는 길에 순천세무서벌교지서에 볼일이 있어 같이 갔던 일행들은 다른 사람의 차에 태워 보내고 나는 혼자서 애마를 타고 오는데.
코스는 요즘 금산 ↔ 광주의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 금산 오천항이 종점인 27번 국도를 타고 올라오다가 벌교에서 보성으로 연결된 2번 국도를, 다시 보성이 종점인(시점은 충남 서산) 29번 국도를 이용하는 코스였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29번 국도는 벌교에서 목포 쪽으로 진행하다보면 보성 조금 못 미쳐서 2번 국도와 연결되는데(최근 개통된 순천 ↔ 광양 고속도로의 보성IC에서 광주방면으로 빠져 나와도 29번 국도와 연결된다) 문제의 신기한 도로는 29번 국도에서 발견되었다.
퇴근시간 전에 화순읍을 통과하고자 조금은 바쁜 마음으로 운전을 하는지라 안내표지판의 남은 거리를 유심히 보고 오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보성IC에서 광주방면으로 빠져 나와 29번 국도와 연결된 지점에서 100여 미터를 전진하면 도로 안내표지판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광주 62Km」라고 안내되어 있다.
다음 안내표지판은 보성녹차터널을 지나 노동 마을 입구를 막 지나면 「광주 57Km」로 되어 있어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 동안 내 차도 그만큼 진행했을 터이니까!
그런데 예제터널을 지나고 다시 담덕터널을 지나 나타난 안내표지판에는 「광주 39Km」로 되어 있었다.
‘조금 전에 광주 57Km 남았다고 했는데 내가 벌써 그렇게 많이 왔나?’하고 의아스럽게 생각되었지만 되돌아가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에 꼭 확인해 봐야지 하고 그냥 올 수 밖에.
오늘(2012.05.18.), 고흥 도화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도화에서 출발할 때는 시간도 있고 하여 드라이브 겸해서 벌교 → 곡천 → 서재필기념관 → 사평 → 화순을 통과하는 추억의 옛길을 먼저 생각했으나 전번에 지났던 신기한 도로의 정체가 궁금하여 위의 코스로 잡았다.
이윽고 「광주 57Km」라고 쓰인 안내표지판 밑에 도착했다.
나는 차를 멈추고 나의 차에 장착되어 있는 주행거리표시기를 0으로 리셋하고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차는 그전과 다름없이 예재터널을 지나고 곧이어 담덕터널도 지났다. 나는 차를 천천히 몰면서 문제의 「광주 39Km」라고 쓰인 안내표지판이 언제 나타날 것인가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드디어 「광주 39Km」라고 쓰인 안내표지판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도깨비에 홀린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실제로 신기한(?) 도로였다.
숫자 57에서 숫자 39를 빼면 18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내 차도 18Km를 주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광주 57Km」라고 쓰인 안내표지판 밑에서 출발한 내차가 「광주 39Km」라고 쓰인 안내표지판 밑에까지 왔는데도 내 차의 주행거리표시기는 3.8Km만 주행했다고 가리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 내가 도깨비에게 홀렸는지 아니면 실제 신기한 도로인지???!
아니 그것도 아니면 내 차의 주행거리표시가 잘못 작동했는지?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실험을 해보고 알려주기 바란다.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여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다 고치라고 전화할 것이다.
조금 웃으워서 글로 써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