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길목엔 절망만이 남아있습니다.
바람의 진행 방향으로 완전히 드러누운 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논바닥에 삶을 저당 잡힌 농민들 몫입니다.
무섭게 먹구름이 몰려다니던 하늘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맑고 깨끗합니다. 염치도 없습니다.
발이 푹푹 빠져드는 무논을 옮겨다니며 대여섯 포기씩 묶어내는 일은 더디기만 합니다. 쓰러진 벼를 가슴으로 안아 일으켜 세우는 농민들이 한순간도 잊지 않은 말은 '늦어도 삼일'입니다. 삼일이 지나면 물밑에 가라앉은 벼는 누렇게 떠서 썩어버리고 맙니다. 그 속을 알 리 없는 해는 빠르게 산으로 기웁니다.
"바뻐 죽겄는디 뭐슬 그라고 물어싸"
"넘들도 자기들 나락 세우니라고 바쁘제"
"올해는 비만 오질나게 와싼께 나락이 힘아리가 없어"
"이참 태풍이 좀 씨게 불었간디"
"또 태풍이 온단디 걱정이시. 요거 또 쓰러지문 아조 못벌어 묵을 것인디"
"농촌에서 젤로 힘든 일이 쓰러진 나락 세우는 것이여. 두말하문 잔소리제"
글=정상철 기자 dreams@jeonlado.com
사진=모철홍 기자 momo@jeonlado.com
기사출력일 < 2002-09-03 15:30 >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건.............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올려봅니다...전라도 닷컴에서 발췌했습니다.....
꼭좀 아리켜 주세요~!!
즐거븐 하루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