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계절입니다..
즐겁게 일 하시고 건강한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2000)는 그의 마지막 소설집이다.
그 제목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기라도 했을까,
이글은 김명인님의 의자라는 시에서 나온 글인데
그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문구님의 소설 제목으로 사용되어 널리 알려진 글이다.
이문구의 부친과 형은 6.25 당시 좌익으로 몰려 희생되는 슬픈 가족사가 있기에
학교 다닐 때 작가의 어머니는 절대 앞에 나서지 말라며
공부도 1등하지 말고, 중간만 하고
어디를 가서라도 앞에 나서는 일은 하지 마라고 신신당부하였다 한다.
작가 이문구는 관촌수필,우리동네.유자소전 등의 작가로 걸죽한 충청도 사투리를
토박 스러움의 다양한 삶의 체취와 농민적인 정서를 글에 담아
우리 소설사의 한 진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글에는 일상의 주관이 뚜렸한 사람들, 지식은 있지는 않지만
경험을 통해 삶을 체득한 사람들 등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설에 그리고 있다.
관촌수필은
1편 <일락서산>은 성묘를 위해 고향을 들른 작자가 3대에 걸친 가족사 이고,
2편 <화무십일>은 윤영감네 가족 이야기,
3편 <행운유수>는 나보다 10년이 위였던 옹정이의 결혼 생활,
4편 <녹수청산>은 대복이네 가족의 삶,
5편 <공산토월>은 석공 신씨의 인생역경,
6편 <관상추정>은 작자가 고향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
7편 <여요주서>는 중학교 동창인 친구가 약값 마련을 위해 꿩을 잡아 팔다가 발각되어
자연 보호를 위배했다며 법정에도 나가고, 끝내는 벌금 2만원을 선고받는 이야기,
8편 <월곡후야>는 살아남기 위해 도시로 나가야 하는 농촌의 이야기를 그렸다.
풍성한 토속어와 사투리와 입말과 하나로 합치시킨 언어미학이야말로
이문구 문학의 진정한 성취다.
‘그래라. 누가 말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가는 데까지 가보자 이거여’
‘소남풍(少男風)에 개밥그릇 굴러다니는 소리’
‘한국놈덜은 지겟다리 자손두 동네 이장만 되면 금방내 관청 편이 된다는 거’
이문구의 입담은 읽는 이에게 질긴 생명력을 되살려준다.
그렇게 더없이 풍요로운 우리말에 실어 그가 창조한 촌스럽지만
줏대있는 농촌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문학을 공부 하는 사람들은
이문구 소설을 텍스트로 보고 습작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문구의 필체는 물 흐르듯이 거친 말들이 전혀 어색함이 없이 누에 에서 실을 뽑 듯 나오고
골계미(해학)의 백미라 할 정도 삶의 관찰력도 일가견이 있다.
이문구의 글쓰기는 자신의 충분한 경험축적과 이웃들의 삶을 체화 한 후 글쓰기로 이어져
다작으로 인한 창작성의 고갈로 작품의 완성도의 문제를 피하는
몇년 정도 기간을 두고 소설을 써 기다리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가을 책 읽기를 권 합니다.
독서를 함으로써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흡수하고,
경험한 것의 의미와 가치를 자신의 내면에 축적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