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 내 별명이 ‘김따져!’
어디에선가 「걱정」에 대해서 읽은 내용이다.
70%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요,
20%는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걱정이요,
단지 10%만이 진정 걱정해야 할 걱정이라고.
나는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매사에 대하여 계획단계에서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너무 철저히 계산하고 따지는 경향이 있다.
중간단계도 점검을 자주하여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경우야 내 계획대로 하니까 이야기꺼리가 안 되지만, 남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에는 심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이 기안을 하여 결재를 올리는 것을 보면 내용이야 변론으로 하더라도 맞춤법 및 띄어쓰기 등이 엉망이다. 몇 번을 지적하고 심지어는 결재 올리기 전에 기안문을 출력하여 달라고까지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요즘에야 사무실에서 내가 만날 국어사전과 씨름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러한 나의 성격이 나를 원칙론자로 만들었나 보다.
나는 원칙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러기에 남이 나에게 주는 피해도 못 견뎌한다.
내가 원칙을 지키면서 남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인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때로는 남에게 피해도 주면서, 또 남에게서 피해를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일을 당했을 때,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것이다.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공표했을 때,
대머리가 광주를 피로 물들였을 때,
노가리가 직선제를 반대한다고 했을 때,
일본 놈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
중국 놈들이 이어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 등등등등등.
내가 안달하지 않아도 시류에 따라 해결되고 정리되는 일들에 나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공연히 혼자서만 애쓰며 안달하는 일’을 ‘건몸’이라고 한다기에 나의 성격을 빗대어 글로 써 보았다.
우리 금산 사투리로는 ‘괜히 혼자 애달아 성을 가신다.’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런 걱정이나 안달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내 별명의 하나인 ‘김따져!’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애성이’와 ‘만수받이’를 같이 실으니 감상하기 바란다.
건몸 - 공연히 혼자서만 애쓰며 안달하는 일.
애성이 - 속이 상하거나 성이 나서 몹시 안달하고 애가 탐. 또는 그런 감정.
만수받이 - ①남이 귀찮게 굴어도 싫증내지 아니하고 좋게 받아 주는 일. ②무당이 굿할 때 한 무당이 소리를 하면 다른 무당이 따라서 같은 소리를 받아 하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