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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일정(日亭) : 옛날 마을에 우물이 하나 뿐이어서 一井(일정)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마을에 우물이 많이 생겼으며 마을 앞에 수백년된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같이 밝고 둥글게 살자는 뜻으로 日井(일정)으로 바꾸었다가 정자정(亭)자를 붙여 일정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4.12.11 05:40

구멍난 양말

조회 수 4060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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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집에 가면 혹시 발에서 냄세날까 염려하는데
내가 여렸을 땐
양말에 구멍 뚫려 있을 까 걱정이 되었다.

다들 없이 지냈지만 그래도
누구네 집에라도 가게되면
"없는 집 자식"이라는 소리라도 들을 까봐
엄마 아부지는 신경이 많이 쓰이신 모양이었다.

보통 엄지 발가락이 얼굴을 잘 내미는 편이었고
어떤 때는 발 뒤꿈치가 까꿍했다.

겨울날 이른 새벽
엄마는 김을 뜨고
나는 내고라도 할 라치면
고무신을 타고 그 구멍을 통해서
땅바닥 한기가 전해져 왔다.
손이야 뜨거운 물에 적셨다가 다시
김을 내면 그만이었지만
발이 시러운 것은
불을 쐬는 수 밖에....

삼발이 화로에는
잔 나뭇가지를 태우고 불기운 남아있었다.
어떤 때는 재 밑으로 그 불기운이 숨어있어
불기운 찾아 가까이 가다가는  
나이론 양말은 쉽게 구멍이 났다.
아마, 헤어져서 구멍이 난 양말보다는
이렇게해서 구멍이 난 경우가 많아
구멍을 내놓고도 야단 맞을까봐
말을 못하기도 했다.

겨울날 저녁 마루나 토지(툇마루)에서 해우를 다 벳기고,
난 집안을 쓸어내고 있을라치면
엄마는 메생이국을 끓이신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하늘거리고
코는 벌서 벌름거리고
침은 꼴까닥 넘어간다.

겨울날 저녁
큰 방 한 쪽 구석에 놓인 감재 동아리 주변에는
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울 엄니는 구멍난 양말을 주섬주섬 챙긴다.
"양헨아! 바늘귀가 안보인다. 실좀끼거라!"

엄마는 양말 색깔과 비슷한 천을 가위로 잘라서
구멍난 곳에다 덮고는 바느질로 이었다.
가끔 엄마는 색깔이 다른 천으로 구멍을 막고나서는
그 다음날 아부지한테 혼이 나기도 했다.
?
  • ?
    울산댁 2004.12.11 09:56
    맞아? 어느 집에나 있었던 그 시절 풍속화 였지!!~~
    모자간의 정스런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네.

    나도 어릴때의 기억력은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제 미련없이 자네에게 형님 해야 되겠네.

    그리고 자네 아부지 상당히 짱짱한 귄위를
    누리고 사셨나 보네.
    어쩐지 짠해져서 내가 자네 엄마편을 해주고 싶어지니 말일세.
    그땐 천 구하기도 쉽지 않았거든...

    보통 아들은 부전자전 한다던데 맞는가?
  • ?
    양현 2004.12.11 22:57
    울산댁 같은 색시랑 살다본께
    꼼짝못하네.
    어째, 뭐가 다시 돌아온거 같은가?
  • ?
    복이 2004.12.13 14:08
    긍께...
    존 트라볼타를 산 채로 봤단 말이재라?
    음...혹시 니콜키드먼 만나믄
    한국에 실버스타스탤보기 있다고
    꼭 좀 전해주믄 감사하겄구만요.
  • ?
    양현 2004.12.14 04:03
    복이님,
    Nicole Kidman은 지랑 나누면 안 될까요?
    근디 갸는 NY쪽은 잘 안오고 맨날 따뜻한 데서만
    노네여.

    들려 중께 무쟈 아짐찬 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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