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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일정(日亭) : 옛날 마을에 우물이 하나 뿐이어서 一井(일정)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마을에 우물이 많이 생겼으며 마을 앞에 수백년된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같이 밝고 둥글게 살자는 뜻으로 日井(일정)으로 바꾸었다가 정자정(亭)자를 붙여 일정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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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도팍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 참을 내려가니 편편한 길이 나타났다.
길 옆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중년의 아저씨가
발때에 거름을 잔뜩지고
샛길에서 나와
큰 길로 접어 들고 있었다.

조금 더가니
키 작은 아저씨가 걸어 오고 있었다.
이 아저씨는 도포자락을 날리며
머리에는 관모를 하고 있었다.
근데 이 아저씨는 기냥 거리를 것는 것이 아니고
길가에 흩어져있는 빨간 고추, 파란 고추를
일부러 밟으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도포자락이 혹시 더렆혀 질까봐 무척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가니 갱본이 나오고
갱본 옆으로 만들어 놓은 길이 있었다.
그 길에는 바다에서 물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언덕배기에서 흐르는 물 때문인지
돌에 이끼가 끼어 있었다.
할매는 넘어 질까봐 조심 조심 걸었다.
아무래도 불안하여 나는 할매의 손을 붇들어 잡았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손 잡아 주시든가요?"
하고 물어 봤다.
"언감생신."
그래도 사람이 안 보이는 이 돌아가는 길에서는
사람들몰래 손을 잡아주더라는 얘기를 할매는 수줍게 했다.

그말을 하는 할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고
괞히 고개를 들어 똘똘이 쪽 뚝을 바라볼 때
바람은 휘리릭 할매의 흰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는 것이었다.

그때 괞히 할매는 이런말을 했다.

"워메 징한것!
그 막막한 세상을 어찌 살었나 몰러."
?
  • ?
    양현 2004.12.19 11:33
    어제 저녁 꿈에서 만난 할매인데
    루엘라 할매하고 비교가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우리들의 할매 모습인 거 같기도하고 해서
    한 번 써 봤네여.
  • ?
    친구 2004.12.20 12:08
    워메 징한것! 자네는 그 세상을 어떻게 살았는가?
    헤어짐이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지
    새로운 세상을 동경해서 무턱대고 떠났지만 고향생각에 많은 날들을 슬픔으로 묻어야 했었어 그래도 언제든지 반겨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포근한 시골정경이 있어서 마음 한켠엔 늘 행복했었다네
    서울로 왔을때도 시집을 갔을때도 마음에 새겨진 추억으로 부터 마음만은 늘 부자였어어
    남들 몰래 손을 잡아 주었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얘기가 나에게는 큰 꿈을 안겨준 고향이야기 같네
  • ?
    양현 2004.12.21 01:45
    친구,
    사질 나도 이 꿈을 꾸도 좀 놀랐는데
    대 부분이 나하고는 한 두 세대 전얘긴데
    어떻게 그리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한 번 써봤네.
    그런거 보면 지금 세상은 참 많이 좋아진거지뭐.

    그래도 꼬박꼬박 나타나는데 좀 더 지나면 궁금해 질 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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