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 나, 혹시 위암?
1995년 초엔가 있었던 일이니 지금부터 십사 년 전의 오래 된 이야기다.
무엇을 조금만 잘못 먹으면 토해 버리고 또 먹으면 토해 버리고 하여 평소 73kg 정도 되었던 몸무게가 63kg 까지 내려갔다.
어쩔 수 없이 내과병원엘 갔더니 방사선과엘 가서 X-ray 사진을 찍어 오란다.
다음 날.
아침도 굶고 방사선과엘 갔더니 나에게 무슨 하얀 액체를 마시게 하고는 어떤 기계에 나를 넣고는 청룡열차가 저리 가라할 정도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준다.
그 사진을 들고 다시 그 내과병원을 갔는데 사진을 본 의사는 나보고 큰 병원으로 가 봐야겠단다. 이거 혹시?????
종합병원인 광주기독교 병원에 아는 선배가 서무과장으로 있어 전화로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진을 가지고 내일 와 보란다.
그 다음 날.
또 아침밥을 굶고 아내와 같이 기독교병원엘 가서 그 사진을 주고는 다시 피도 빼는 등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온 몸이 파김치가 나에게 오후 다섯 시쯤 결과가 나오니 그때 다시 오라는 시각이 오전 11시 반쯤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꼭 큰 병이, 이제는 나을 수 없는 어떤 큰 병(위암?)에 걸린 것 같았다.
오후 다섯 시까지 어디서 무얼 하면서 보낸담?
나주 금천에서 공장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술 한 잔 사 달라고 전화를 했다.마침 점심 전이라며 점심 겸 술을 같이 하자고 나주로 오라고 한다.
나주의 모 식당에서 그 선배를 만난 나는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생략한 채 술만 마셨다. 내일부터는 마실 수 없다는, 아니 이제는 평생을 마실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술만 마셔 댔다.
술에 취하여 약속한 다섯 시를 훌쩍 넘기고야 기독교병원엘 들렀더니 서무과장인 그 선배는 아직까지 퇴근도 하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선배의 안내로 검사결과를 들으러 가는 나의 마음은 사형언도를 듣기 위하여 재판정으로 들어가는 피고의 심정이 이럴까 하는 심정이었다.
두렵고도 떨리는 마음으로 담당 의사의 방엘 들어갔더니 그 의사는 나의 X-ray 사진을 걸어 놓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하시는 말씀!
“위벽에 염증이 생겼네요. 한 세 달 정도 약을 드시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약 먹을 동안은 술도 삼가시고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염라대왕까지 만나고 되돌아 온 기분이었는데 나보다 더 좋아했던 사람은 바로 어제부터 오늘 그 순간까지 아무 말 없이 나의 투정을 받아 준, 바로 아내였다.
그 다음 날부터 보깨고 징건했던 증세가 사라지고 소화도 잘 되어 금방 예전의 몸무게를 되찾았는데, 이런 것을 두고 자기가 자기의 병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지금의 내 몸무게는 정확하게 73kg이다.
보깨다 - ①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 ②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
징건하다 -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 더부룩하고 그득한 느낌이 있다.
최근에 나의 몸무게를 재보니 72Kg에 조금 못 미쳤다.
그런데도 헬스강사는 69Kg이 정상이라며 2~3Kg 정도를 빼라고 주문한다.
2~3Kg를 뺀다고 해서 더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이 표나지 않게 두루 퍼져있는 뱃살이 쓸데 없는 지방이라나!
오늘
금산 선영에 들러야 하고
도화의 모 호텔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아침부터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