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 물황태수
우리가 어렸을 때,
진몰(우리 쇠머리마을의 작은 마을)에 ‘물황태수’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른들이 그 사람을 물황태수라고 부르니 우리도 덩달아 그 사람을 물황태수라고 부를 뿐이지 ‘물황태수’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하도 각인이 되어 지금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물황태수’라는 단어가 연상되고 ‘물황태수’라는 단어를 보면 그 사람이 연상된다.
그 사람은 진몰 사람이고, 나와는 나이 차이도 많고, 또 우리와는 친인척도 아니어서 서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 계신지 아니면 돌아 가셨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키가 크고 힘이 셌다는 것과 술을 즐겨 마셨다는 것 외에는 그 사람의 부모와 자식들이 누구인지 조차도 모를 정도이다.
이렇게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물황태수라고 불렸던 사실과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연관 지어 물황태수란 단어의 뜻을 유추해 보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니 힘이 셌을 것이며, 술에 취하면 자기의 힘을 믿고 조금은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또 그러하니 사람들은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힘을 믿고 조금은 방자하게 구는 사람으로 유추가 되는데 실제로 우리가 유추해 낸 그 뜻과 아래의 풀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황태수(太守) - ①자신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방자하게 구는 사람. ②꼼꼼하지 못하고 남의 비판에 대해서도 전혀 무감각한 사람.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 한 가지!
물황태수에서의 태수(太守)는 고대 중국이나 신라시대에 쓰였던 관직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물황’과 어우러져 이런 단어가 만들어졌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어른들이 그 사람을 물황태수라고 불렀던 이유는 그 사람이 꼭 물황태수와 같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이름에 ‘태’자와 ‘수’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실제로도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오래 전 나의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
오늘이 부모님의 기일이라 곧 금산으로 출발해야 겠다.
(제사는 보편적으로 밤 늦게 지내는데 우리의 경우
올해부터 낮에 산소(가족공원)에서 모시기로 하였다)
날씨도 화창하여 한부조 하는 것 같다.
가는 길에 로또복권이라도 한 장 사서
당첨되어 달라고 우리엄마한테 절할 때 빌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