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 허투루
어렸을 때.
울 엄마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당부하면서 늘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이
‘어쨌거나 나의 말을 허트로 듣지 말고 각별히 유념해라!’였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 말씀들을 허투루 들었나 보다. 어떤 금과옥조보다 더욱 값진 당신께서 사시면서 몸소 체득한 교훈들을 말이다.
정규학교를 다니시지 못한 엄마가 ‘허투루’라는 우리말의 뜻(아무렇게나 되는대로)을 제대로 알았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 말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는지는 정확히 아셨던 것이다.
당신께서는 또 당신의 부모님들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자라셨기에 당신이 들으신 그대로인 ‘허트로’를 우리에게 사용하셨을 게다. 비록 글로는 쓰시지 못했을망정 말로는 표현하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허투루는 아래와 같이 사용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허투루 말하다.’, ‘허투루 쓰다.’,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다.’, ‘말을 허투루 듣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한 마디도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등으로.
한편, ‘짜임새나 단정함이 없이 느슨한 데가 있다.’라고 풀이되고 있는 ‘허수롭다’의 사용예문을 살펴보면
『무슨 일에나 세심한 신경을 가졌던 홍 여사로서 그런 것에 허수로울 리가 만무하다.(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허수롭게 대답하는 것이 불리할 듯해서….(주요섭의 미완성)』,
『내 말을 허수로이 듣지 마라.(최명희의 혼불)』,
『흥선 대원군은 주상 전하의 생친이시매, 허수로이 대접은 못할 것이로되….(김동인의 운현궁의 봄)』
등이 있는데 그 뜻이 허투루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명희님의 혼불에서 사용한 ‘내 말을 허수로이 듣지 마라.’에서의 ‘허수로이’는 우리 엄마가 내게 하셨던 ‘허투루’와 의미가 똑 같지 않은가!
그리고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어감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휘뚜루’와 ‘휘뚜루마뚜루’를 소개하고 마친다.
‘휘뚜루’는 ‘무엇에나 닥치는 대로 쓰일 만하게.’의 뜻이며, ‘휘뚜루마뚜루’는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으로 그 사용예문은 아래와 같다.
『‘성남댁 할머니’는…이 집 식구는 물론 고모들, 파출부나 드나드는 손님에게까지 휘뚜루 통용되는 성남댁의 호칭이었다. (박완서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
『무계획적으로 휘뚜루마뚜루 돌아다니고 싶다.(이희승, 먹추의 말참견)』
『당수나 배워 가지고 의기남아로 휘뚜루마뚜루 살려던 놈이었습죠.(손소희의 원색의 계절)』
허투루 -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허수롭다 - 짜임새나 단정함이 없이 느슨한 데가 있다.
휘뚜루 - 무엇에나 닥치는 대로 쓰일 만하게.
휘뚜루마뚜루 -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
몇 개의 단어를 찾아 그 쓰임 예문을 나열해 놓고
이것도 글이라고 올리고 보니 참 기분이 거시기하다.
계속 쓰다보니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이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