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 살피꽃밭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 춘향골 남원은 광한루와 추어탕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남원에서 살지 않으면 모르는 명물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게 바로 옛 남원역사 주변 5,300여 평의 땅에 칸나를 위시한 각종 꽃을 심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도심 속 향기원’이다.
칸나만 해도 58,000본 정도이며 계절별로 튤립, 양귀비꽃, 원추리, 라벤더 및 이름도 처음 들어본 희귀한 꽃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과 한낮의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밤의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는 아베크족을 유혹하고 있다.
꽃밭 사이사이로 난 산책길을 걷다보면 수세미나무로 만들어진 동굴도 통과하게 되고, 아름드리 수양버드나무 밑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휴식도 취할 수 있는데 아열대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는 그곳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칸나가 한창으로 피는 꽃, 지는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도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데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이곳 남원 시장님은 다른 것은 몰라도 환경을 가꾸시는 데는 참 열성이시다. 아침마다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보고 나서 그날그날의 해야 할 일을 지시한다는 것이다. 나도 아침 산책길에 그 분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몇 번 목격한 바 있는데 환경미화원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이틀에 한 번 꼴로 방역차가 연막소독을 한 덕분인지 모기, 파리 등은 다른 도시보다는 없는 것 같다.
‘도심 속 향기원’을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은 분은 내게로 연락 주시면 유명한 남원 추어탕과 함께 전국 막걸리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는 이곳 막걸리를 두어 주전자 정도는 대접할 용의가 있다.
각설하고,
건물이나 담 또는 도로를 따라 뒤에는 키가 큰 꽃을 심고 앞쪽으로 올수록 키가 작은 꽃을 심어 앞에서 꽃을 전부 볼 수 있게 만든 꽃밭을 ‘살피꽃밭’이라고 한다.
한편, 사람의 왕래가 많은 놀이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동산은 가운데에다 키가 큰 꽃을 심고 둘레 쪽으로 차츰 키가 작은 꽃을 심어 사방팔방에서 보아도 잘 어울리게 되어 있는데 이런 꽃밭을 ‘모둠꽃밭’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 아파트 현관에 아내가 애지중지 기르고 있는 꽃과 관상수들은 아무래도 ‘살피꽃밭’에 가까운 것 같다.
살피꽃밭 - 건물, 담 밑, 도로 따위의 경계선을 따라 좁고 길게 만든 꽃밭. 외관상 앞 쪽에는 키가 작은 꽃을, 뒤 쪽에는 키가 큰 꽃을 심음.
모둠꽃밭 - 정원 한옆에 둥글거나 모지게 만든 꽃밭. 중앙에 키가 큰 화초를 심고 둘레 쪽으로 차차 키가 작은 화초를 심어 어디에서 보아도 어울리도록 한다.
(2009년 초 여름에)
이 글을 올려놓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거금도에는 꽃밭다운 꽃밭이 없다는 생각!
또한 꽃길도..........
내가 잘못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