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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8 09:47

두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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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나눈 두 친구는 서로에게 어디에 무엇하러 가느냐고 묻게 됐다. 한 친구는 유명한 스님의 설법이 대단하다기에, 그 설법을 들으러 가는 중이라 했고, 다른 친구는 등너머 주막에 예쁘장한 주모가 새로 왔다기에, 출출하던 차에 한잔 걸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두 친구는 서로에게 자기가 가려는 데로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우리같은 범인한테 설법은 뭔 설법이야. 그러지 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이나 한잔 하며 얘기나 나누세.”

“술이야 다음에 마셔도 되지만, 이번 기회 놓치면 대사의 설법은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모르니, 고마 나하고 같이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세그려.”

“들어봐야 뻔하지 않겠나. 난 그런 따분한 설법을 듣느니 이대로 술이나 마시러 갈라네. 새로 왔다는 주모하고 수작이나 걸며 스트레스나 푸는 게 더 나을 것 같네, 그만~”

이렇게 하여 둘은 각기 본래대로 자기의 길을 갔다. 설법을 들으러 간 친구는 왠지 대사의 설법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대했던만큼 대단한 내용이 아닌데 실망도 컸지만, 친구 말대로 여간 따분한 내용이 아니라 더욱 귀에 담겨지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친구하고 주막에나 가는 건데. 목이 컬컬해지면서 설법보다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새로온 주모가 얼마나 곱상이길래, 그 친구가 일부러 그 주막을 찾아가는 걸까? 친구의 호방스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편, 혼자 주막에 온 친구는, 술상을 받아 한잔 마시고 나니 왠지 전에 없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내 친구는 고승의 설법을 들으러 다니는데, 나는 기껏 주막집 주모가 새로 왔다는 천박한 소문이나 쫓아다니니, 그 친구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아무래도 내 하는 짓이 한심해, 한심하고 말고. 그러면서 친구가 열중하여 듣고 있을 설법이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면서 갑자기 술맛이 싹 가시고 말았다.

이 두 친구 중 과연 누가 설법을 들으러 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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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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