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4.03.25 23:45

"서방을 팝니다"

조회 수 8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서방을 팝니다 -



    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 십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 맞힘도

    바람결에 날아 가버린

    민들레 씨앗 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 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 된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눈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추억줄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포근한 눈빛 한 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고,

    그저 덤덤하게 한마디의 따끈따끈, 한 말도 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그 흔한 맥주 한 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 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 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빈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 팝니다.



    헌 서방 팝니다, 며 울먹입니다.



    흩어 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 듯한

    빈 가슴을 추스르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 - 이향봉 시집에서..-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서방을 팝니다" 정형종 2004.03.25 825
60 [re] "마누라를 헐값에 팝니다. 정형종 2004.03.26 720
59 "I LOVE YOU" 의 또 다른 의미 정형종 2004.03.25 648
58 초강력 닭살 커플 노래 1 정형종 2004.03.23 783
57 ♬♬남자 나이 사십이 넘으면...? 1 정형종 2004.03.21 729
56 난 네가 참 좋더라...... 정형종 2004.03.19 659
55 3 황라경 2004.03.15 654
54 성공한 인생 2 마담 2004.03.12 637
53 <좋을글>"연애하듯이 살라" 2 정형종 2004.03.12 721
52 밀란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형종 2004.03.10 710
51 "금산남초교(동중6회) 4월 야유회" 준비 예비모임 1 정형종 2004.03.07 869
50 간만에 가본 신촌 정형종 2004.03.06 875
49 친구 초대를 받고서 1 정형종 2004.02.22 799
48 혈액형으로 보는 싸움 성격 3 정형종 2004.02.19 1006
47 (좋은글)★ 그대 마음에 무엇을 담으실래요? ★ 3 정형종 2004.02.18 1002
46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6 오혜임 2004.02.18 706
45 영 건즈 3 김충규 2004.02.13 793
44 명상<어느실직부부의 추억> 1 정형종 2004.02.12 687
43 ♩';.,____-____친구들아... 안녕? 반갑다____-____,.;'♪ 4 황라경 2004.02.11 739
42 봄을 부르는 새소리 2 정형종 2004.02.09 639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Next
/ 22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