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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5:07

"혼자 나가서 놀아라"

조회 수 2121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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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장으로 은퇴한 선배의 이야기다

은퇴하던 날, 느닷없이 아내가 고마워지더란다.

이토록 영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다 아내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와 지방을 전전하느라 가족과 함께 지낸 날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식들이 번듯하게 자라준 것은 다 아내 덕분이다.

선배는 그날 결심했다. 나머지 세월은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 지금 함께 행복한 경험을


그날 이후 선배는 아내와 국내외 여행, 골프여행을 쉬지 않고 다녔다.

젊은 시절 고생한 만큼 그 정도 여유는 있었다.


백화점에서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

아내가 사고 싶은 옷을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스커트 하나 사는데도 아내의 결정은 여전히 오래 걸렸다.

이전 같으면 이내 짜증내고 돌아 섰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손잡고 다니는 것은 아직 어색했다.

그러나 그다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아내도 즐거워하는 듯했다.



아,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구나.

이런 노후가 있으려고 내가 그렇게 고생했구나.

이런 생각도 자주 들었다.


그렇게 한 석 달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식탁에서 갑자기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할 말이 있단다.

그리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당신 이제 좀 혼자 나가서 놀 수 없어?"


아내의 생각은 달랐던 거다.

평생 고생한 남편을 위로하느라 참고 함께 다녔던 거다.

하나도 재미가 없었지만 참고 따라다녔을 뿐이었다.



선배는 내 앞에서 한숨만 푹푹 쉬었다.

이제 어쩌면 좋으냐는 거다.

회사가 있고, 함께 몰려다닐 동료가 있을 때는

이런 아내의 푸념 정도야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아내와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흔히들 착각한다.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행복해질 거라고.

그러나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행복해질 수 없다.

도대체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행복해질 것 아닌가?



아내와도 마찬가지다.

함께 행복한 기억이 있어야 행복해질 것 아닌가?

경험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데, 어찌 갑자기 행복해지겠는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행복을 아주 간단히 정의한다.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동네어귀를 손잡고 산책하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실 때

기분 좋았다면 그 일을 반복하면 된다.


팔짱 끼고 음악회를 가는 일도 추천할 만하다.

잘 차려 입은 아내를 본 기억이 정말 오래되지 않았는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행복할 것이라는 강박에서도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재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된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재미만 기대하니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잃고 산다.

세상이 자주 뒤집어지지 않으니 폭탄주로 내 속만 자꾸 뒤집는 거다.


* 혼자서도 즐길 줄 알아야

내 친구는 새소리 듣는 게 그렇게 재미있단다.

소리만 듣고 50종류의 새를 구별할 수 있다.

새소리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나쁘면 새소리 들으러 가면 된다.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세상은 온통 재미있는 일 천지다.

다 늙어서 “나가 놀아라”는 말을 듣기 전에

내 좋아하는 것부터 분명해 해야 한다.


그래야 아내도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내가 재미있어야 아내도 함께 있는 것을 행복해 한다.


자! 그럼 이번 주말 한번 놀아볼까?

혼자서, 재미있게.

그대, 자신 있는가?

?
  • ?
    박미선 2010.12.13 19:08
    우리 현실의 남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네요.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함께 즐기지 못하면 다음에 
    추억할게 없어서 대화가 없어질것 같아요 어색하고.....
    이런말이 있죠 내 자신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ㅎㅎ 
    내가 행복하면 그 에너지가 넘쳐나서 그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동문 여러분들도 매일매일 작지만 예쁜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 가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표준선배님!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항상 건강 하세요.... 
     
  • ?
    ehdtkd 2010.12.14 00:23
    글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근데 더 중요한것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노후가 준비되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삶이 괴로워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시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우리주위에 많이 보지 않습니까?
    그게 힘들어  삶의끈을 놓은 분들도 계시고요..
    경제적인 부분만이라도  해결된다면 친구도 만날 수 있고 가고 싶은곳도 갈 수있는
    노인이 아니라 멋진 노신사가 되시겠죠?
    노후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시는게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준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퍼 지네요..
    월급에 50%가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이번달
    그래도 보너스라도 나와서 숨통이 튀였는데....
    보너스 없는달은 그냥 꽉 막히네요..
    사교육비 들어갈 돈으로 연금을 넣으면
    노후가 편안할텐데..
    그렇게 이야기 하면 울 마누라
    쌍심지를 켜겠지요..
    답이 없네요  퇴직금이라도  잘지켜야죠,,
    국민연금 + 개인저축연금+ 퇴직금+ ?         뭔가 하나더 빨리 준비해야할텐데..
    더 나이먹기전에...
  • ?
    표준 2010.12.14 16:06
    년말이기도 하지만 저녁에 별난 약속들이 많다
    약속이 없는 날은 오후 5시정도 퇴근시간이 임박해오면
    오늘은 무슨 건수 없나 이리저리 다이얼을 돌린다
    그러다 한건 잡히면 주구창창 12시가 금방 지나간다
    왜이리 시간이 빨리가는지 모르겠다
    12시쯤 되면 마눌님으로부터 이제 들어오시지 하고 메세지가 왔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고 전화도 메세지도 없다

    예전처럼 통금시간이 있는것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없어도
    그놈의 대리운전때문에 마냥 고~ 그러다보면 2~3시
    그렇게 집에 들어가면 잠자는 마눌님한테 혼날까봐
    숨죽여 씻고 조용히 침대에 기들어가 잠을 청하고
    아침 6시에 주눅든 몸을 일으켜 말없이 차려준 아침을
    간신히 떼우고 바쁘게 준비하고 또 출근을 한다

    마누라하고 언제 말했지 아침에 밤먹어~ 소리라도 들었던가

    건수를 못잡는 날은 연습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저녁을 회사에서 떼우고 8시쯤 연습장에가서 한 두어시간 보내고
    집에 들어가다 고3애를 데리고 들어가면 11시가 넘는다
    현관문을 열기가 무섭게 강아지가 난리다
    마눌님은 TV앞에서 열심이 뭔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왔어 응 왔어 하는 인사 한마디를 뒤로하고
    옷갈아 입고 침대로 들어간다
    마눌님은 언제 들어왔는지 일어나보면 옆에 있다
    새벽5시 일어나 주방에 와서 그놈의 약을 먹어야 한다
    이놈의 약은 아침밥 먹기 1시간전에 죽는 날까지 먹어야 한다
    다시 침대에 눕기는 그렇고 TV앞에 뭐 재미있는것 없나 리모콘 으로
    요리조리 한 10여개 채널을 검색한다
    그러다 모닝콜에 일어난 마눌님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침은 먹고 다니니까

    그런날 마누라하고 몇마디 말을 건네고 또 들었을까?

    이것이 50을 넘기고 멀지 않는 시간을 남겨놓은 직장인  나의 일상이다

    진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한테 전화를 한다
    응 아빠
    잘 지내냐, 응, 요즘 시험기간인데 열심히 하니, 응 열심히 해(짜증썩인 투다)
    이번학기에는 올 A학점 이상 나와야 해, 알았어~ 왕짜증이다
    아침은 먹고 다니니(이놈이 기숙사에서 쫒겨나서 원룸에 있다
     - 지 애비 등골을 다 빼먹는다 - 닥숙허니 있으면 기숙사비 면제인데)
    응 먹어 ~ 그래 열심히 해라 , 알았어~
    아들과 대화도 이정도다 이것도 많이 한거다

    딸은 수능을 끝내고 실기 준비중이라 그놈 고생이 여간이 아니다
    그래도 수능은 지애비 새벽기도 덕분인지 생각보다 잘봤다 한다
    그래봤자 서울인대는 못가고 서울근대정도 갈 형편인데
    곧 정시 원서를 접수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서
    들어갈 학교들을 열심히 시물레이션 해서 인덱스를 만들어
    딸에게 지원할 학교에 대해서 말 했더니
    이미 학원에서 다 정해났다 한다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이젠 자식새끼들한테도 별 영향가가 없다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만 헤주면 되는게 애비다

    이게 50을 넘긴 애비다


    김형
    퇴직하면 뭐할겁니까 물어오는 놈들이 요즘 부쩍 많다
    글쎄요 고향에 가서 그럭저럭 살죠 뭐
    집사람과 같이요 , 글쎄요 안따라오면 혼자 가서 살지요 뭐
    혼자서 어떻게 살아요
    글쎄요 남들도 사는데 못 살게 뭐 있어요 저 혼자서 잘 해요
    밥도 잘 짓고, 반찬도 잘 만들고 요리도 잘 하고
    고향에서 낚시도 하고 텃밭도 일구고 그렇게 살지요 뭐
    그리고 여력이되면 이런저런 일도 하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실은 걱정이다

    직장 그만두면 뭐하고 살지
    기술쟁이니까 어디가서 밥벌이는 못하겠어 대소롭게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딱히 할것이 없다

    사업도 지금까지 일했던 계통에서 해야하는데 옆에서 보니 너무 살벌하다
    내까지 끼여서 저들과 경쟁을 해야하나 생각하니 서로에게 민폐다

    다시 공부를 해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한 자격증을 따서 심사원같은거 해봐
    공인중개사 공부를 해서 부동산 중개업을 해봐
    편하게 아파트관리소장이나 해

    오만가지 생각의 나래를 펼치지만 마땅한 답도 계획도 없다
    그저 그때가 닥쳐봐야 할것 같다

    이게 얼마남지 않는 50을 넘긴 직장인 나의 모습......
    점점 나약해지지만 그래도 아직 7년이나 남았으니
    열심히 충성하고 이제부터 하나 하나  준비하면서 살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 ?
    표준 2010.12.15 07:48
    넋두리를 해봤습니다

    미선 후내님 잘 계시죠 사업도 잘 되시고
    날씨가 겁나게 춥네요
    찾아주셔서 고맙고
    항상 건강하세요

    동상도 잘 있겠지
    돈 많이 있으면 좋겠지
    그렇지만  좀 부족하지만 그것을 메꾸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게
    재미 아니겠나. 재수씨 건강은 어떠신가
    예전같이 않아 힘들어하고 서운해 할 때가 많을텐데
    잘 해주시게나 
    년말이여서 바쁘고 모임도 많을텐데  몸 조심하시게
  • ?
    장경순 2010.12.15 11:07
    선배님도 나이가......
     많은 사랑이 담겨져 있는게 보입니다  
    추운 날 훈훈한 글 입니다
    급 강하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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