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마중하려는 듯
짖궂은 비바람 심술을 부린다
나둥구는 빛 바랜 낙엽들
비에 젖어 볼품도 없다
아파트 뒷편 공원의 멋진 풍경도 왠지 낯설고
아파트 너머 위로 솟는 태양은
부끄러운 듯 밝그레 질듯 말듯
애를 태운다
아침이면 내 발길 먼저 달려가던 곳
비릿한 갯내음이 반겨주던 곳
밀려오는 파도가 정겹던 곳
그곳에 내 발길이 가질 못한다
마스크에 가린 얼굴들마냥
온통 거짓으로 가득찬
도시의 거리에 서면
난 자신의 정체를 더듬을 수 밖에 없다
나 서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내 기댈 언덕이 어디에 있는지
내 빈 자리를 누가 또 채울지
무척 두렵고 또 혼란스럽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 세월
희여져 가는 머리결 만큼이나
나 자신은 없어져 가고
남는 것은 하나 둘 허물로 남은
빈 껍데기와 삐걱거리는
아픔뿐이려니
나는 또 내 빈자리를 메우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가뿐 숨 몰아쉬며 돌고 돌겠지
끝나지 않는 어리석은 경주인줄 뻔히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