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늦 잠을 즐기려는 나를 깨운다
언제나 불어오는 바람은 조금 뜯겨나간 문풍지를 흔들고
대 나무 밭 에서 들려오는 사각 거리는 대 잎 소리는 나를 다시 스르르 잠으로 유혹한다
그러나....
"야!!그만 자고 인나그라 !!
먼마가 안깨운께 한장 없이 잘라고 그라네
우리는 해우를 몇 통 이나 떳는디"
밖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오는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문을 열고 나가니 싸아하니 불어오는 바람은
내 빨간 츄리닝 사이로 파고든다
"나 머하끄라?"
"밥 묵고 해우 내고 해우널래
안그라믄 나무 하러갈래?"
"나무 하러 갈라요"
급하게 아침을 먹고 내 키 만큼한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선다
나무하러 가면 언제나 모이는 장소엔 벌써
경화.용연.병진형 양호 ....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야! 오늘은 머 싸왔냐?"
"나는 진때이"
"나는 꾼 감제"
우리는 저마다 싸온 점심 내지는 샛 거리들을 애기 하면서
아리첨 꼬랑을 건넌다
"오늘은 어디서 나무 하까?"
"골안에서 맬가리나 빼 무글까?"
"산감(山監)한테 들키믄 어짤라고?"
어제 누구는 골안에서 나무 하다가 들켜서 지게도 빼앗기고 벌금도 문다는 소리에
우리는 기가 죽어 그냥 적대봉 넘어가서 쌔나 비어 오자 하면서 바작대기로 논 바닦에
구멍을 내면서 키득 거리며 산을 오른다
봇탕골을 지나 조금 오르면 언제나 우리에게 물을 제공하는 물 묵은 바구에 다다른다
"야!물 묵고 가자"
모두들 지게를 바작대기로 받쳐 놓고 갈라진 바위 틈 에서 나오는 물로 순서대로 목을 축인다
"우리 여기다 샛 거리 숨겨놀까"
"그라지 말고 삼태바구에 숨기자"
우리는 삼태바구에 샛거리를 숨기기로 하고 다시 지게를 진다
여기서 부터는 그야 말로 힘든 산행이다
대리비뜽 까지 오르는 길 은 양쪽에 명감 나무 가시와
꾸지박달 가시가 많고 해서 길이 비좁고 가파르다
일단 대리비뜽 꼭대기에 오면 누구나 한번은 뒤를 돌아 큰 숨을 한 번 몰아쉬고
화섬과 소록도 사이를 하얀 꼬리를 달고 지나는 철선과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본다
"지금 몇 시나 됐것냐?"
"저 배가 녹동서 여덜시 반배께 지금 아홉시 다 돼 가것는디..."
우리는 다시 꾸불 꾸불 하고 잔 바위 투성이인 산길을 올라 삼태바구에 도착한다
그 바위는 매끄러운 바위가 경사가 심해서 잔 돌을 깔고서 미끄럼도 타고 앉아서
편히 쉴 수 있게 아주 널찍한 바위다
도착 즉시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게를 벗고 가져온 샛거리를 바위 틈을 찾아
숨긴다 이따 나무짐을 지고 내려 올때 쯤 이면 그것 들은 아주 요긴한 샛거리가 된다
모두가 자기만의 안전한 장소에 숨겨놓고선 다시 오르기 시작 한다
또 얼마큼의 시간을 땀 으로 범벅이 된 몸 으로 오르니 멀귀가 나타난다
가쁜 숨 을 몰아쉬며 걸음을 멈춘다
왼 쪽은 골안 오른쪽은 파성 뒤를 돌면 아까 그 철선은 금진에 지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녹동을 향해
긴 꼬리를 달고서 바다를 가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잠깐의 휴식에도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하느바람에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 진다
"인자 다 왔그만"
"여기서 적대봉 까지는 금방이여"
그랬다 거기서 적대봉 까지는 길도 완만하고 잡목들도 거의 없이
키 작은 쌧깔들로 이루어졌다
누군가 "야호"하고 외친다
그러면 골안은 금방 그소리를 되돌려 "야호"하고 대답한다
골이 깊어 온갖 나무들로 봄엔 매화 산벚꽃 진달래 들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드디어 적대봉에 도착한다
예전에 왜적들이 침략하면 봉화를 올려 침략 소식을 육지에 알렸다는 봉화대
그러나 지금은 한 쪽이 허물어져 오르기는 쉬워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곳
"다시 쌓으면 될텐데......."
적대봉을 넘자 우리는 각자 자기들이 원하는 곳 들을 골라 쌧깔들을 베기 시작한다
적당히 지고 갈 만큼 씩 베면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야!장구동으로 묶으끄나?"
"나는 쌔가 짧은께 써박을라고 그란디"
각자의 지게에 이제는 하얀 꽃들이 떨어져 나가고 앙상하게 마른 땔감으로 변한
으악새들로 나뭇짐을 꾸려 아까 올라왔던 그길을 우리는 힘들게 다시 내려간다
우리의 방학은 언제나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