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경필]
24일 개봉…수익금 50% 유니세프에 기부
“전라도말의 차별이 시정되는 계기 될 것”
“어른들이 울고 싶어도 울 기회가 없는데 수건을 준비해서 마음껏 울어도 좋을 영화라고 자부합니다.”
24일 개봉될 영화 ‘순정’을 제작한 주필호(52) ㈜주피터필름 대표의 영화에 대한 확신이다. 꼭 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지난 22일 고흥 ‘작은 영화관’개관식에 참석한 주필호 대표는 고흥군 도덕면 출신으로 광주살레시오고를 나온 전라도토박이 영화제작자이다. 지난해 여름 고흥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순정’은 제작비를 제외한 이익금 50%가 유엔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또 그보다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차별받아 온 ‘전라도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주고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그런 영화라는 평이다. 히트작 ‘관상’을 제작했던 주 대표를 만나 영화 ‘순정’의 제작 과정과 그의 영화 철학을 들어봤다. - 시나리오는 누가 썼는가?
원작은 여수 거문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씨의 단편 ‘저 먼 과거 속의 소녀’다. 직접 쓴 시나리오를 이은희 감독이 영화에 맞게 각색해서 ‘순정’의 대본이 완성됐다. 원래 원작의 무대는 거문도였으나 ‘관상’제작 이후 고향을 방문했다가 고흥에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거 23만에 이르던 인구가 7만명 밑으로 감소할 정도로 침체된 고향에 영화를 통해 기여를 하고 싶었다. 영화가 흥행하면 유명한 관광지가 될 수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면 고흥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귀농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 어린 배우들이 고흥 사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대사에서 사투리는 사실상 직접 내가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촬영 몇 달 전부터 이은희 감독을 고흥으로 내려보내 주민들을 모아놓고 인터뷰하면서 사투리를 녹음해 촬영에 활용했다. 배우들도 촬영 한 달 전부터 사투리 트레이닝을 시켰다. 고흥사투리는 광주나 목포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다. 딱딱한 독일어와 리드미컬한 프랑스어의 차이다. 화를 내도 부드럽고 상스럽지 않다. 배우들에게 어미 처리하는 방법, 액센트, 고흥지방의 언어인 ‘낱돈(잔돈)’, ‘영님해라(잘 기억해라)’등을 연습시켰다. 일단은 쉽게 알아먹기 힘들더라도 ‘고흥말’을 복원시켜 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그래도 대사는 서울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조폭’ ‘가난한 사람’ 등의 언어로 표현됐고, 개그프로에서 희화화 시키면서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사회 저변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그래서 전라도말이 얼마나 따뜻하고 유머가 많으며 정서적으로도 얼마나 깊고 정감어린 말씨인지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구현하고 싶었다. 이제 영화 ‘순정’의 대사가 전라도말에 대한 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순정’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가 될 것이다. 이제는 전라도말에 대한 차별이 시정돼야 한다.
- 영화 제작을 통해 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더불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점에 관심이 많다. 영화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평생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싶고,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자 욕심이다. 나의 나눔은 자아실현이자 기뻐서 하는 것이다. ‘관상’ 수익도 50%를 기부했고, ‘순정’도 50%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 영화가 흥행이 잘돼서 많은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기부를 하는 셈인데 관객의 이름으로 다시 되돌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영화사가 조금 더 건강해지면 나눔을 더 확대해 나가고 싶다.
- 영화 ‘순정’은 고흥 관광을 위한 홍보 역할이 대단할 것 같다.
고흥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싫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순정’의 관객이 300만, 500만명이 들면 홍보매체로는 더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고흥군을 알리는 무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고흥읍내의 극장에서 18금 영화나 홍콩영화를 봤던 기억이 새롭다. 또 동네에 TV가 많지 않아서 친구네 집에서 주말영화나 명화극장을 많이 봤다. 그 당시 배우 이름과 영화 줄거리를 외우는 것이 큰 낙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영화, 배우들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화를 꿈꾸고 좋아했다. 대학에 가서 영화를 전공한다고 하니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해하고 지원도 많이 했는데 정말 든든한 최대의 빽(?)이었다.
영화 ‘순정’은 작가 한창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순수 시절의 이야기이다. 애잔한 감성과 가슴 저릿한 묘사, 문학성 짙은 아름다운 이 영화는 ‘응답하라 1991, 고흥판’이다.
무엇보다 어린 주인공들의 완벽에 가까운 사투리 대사는 영화를 보는 색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수줍은 듯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흥의 그곳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송정근 사진작가가 촬영지의 풍경을 담은 화보집 ‘순정’을 출간하기도 했다
24일 개봉…수익금 50% 유니세프에 기부
“전라도말의 차별이 시정되는 계기 될 것”
<주필호 대표> |
24일 개봉될 영화 ‘순정’을 제작한 주필호(52) ㈜주피터필름 대표의 영화에 대한 확신이다. 꼭 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지난 22일 고흥 ‘작은 영화관’개관식에 참석한 주필호 대표는 고흥군 도덕면 출신으로 광주살레시오고를 나온 전라도토박이 영화제작자이다. 지난해 여름 고흥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순정’은 제작비를 제외한 이익금 50%가 유엔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또 그보다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차별받아 온 ‘전라도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주고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그런 영화라는 평이다. 히트작 ‘관상’을 제작했던 주 대표를 만나 영화 ‘순정’의 제작 과정과 그의 영화 철학을 들어봤다.
원작은 여수 거문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씨의 단편 ‘저 먼 과거 속의 소녀’다. 직접 쓴 시나리오를 이은희 감독이 영화에 맞게 각색해서 ‘순정’의 대본이 완성됐다. 원래 원작의 무대는 거문도였으나 ‘관상’제작 이후 고향을 방문했다가 고흥에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거 23만에 이르던 인구가 7만명 밑으로 감소할 정도로 침체된 고향에 영화를 통해 기여를 하고 싶었다. 영화가 흥행하면 유명한 관광지가 될 수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면 고흥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귀농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 어린 배우들이 고흥 사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대사에서 사투리는 사실상 직접 내가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촬영 몇 달 전부터 이은희 감독을 고흥으로 내려보내 주민들을 모아놓고 인터뷰하면서 사투리를 녹음해 촬영에 활용했다. 배우들도 촬영 한 달 전부터 사투리 트레이닝을 시켰다. 고흥사투리는 광주나 목포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다. 딱딱한 독일어와 리드미컬한 프랑스어의 차이다. 화를 내도 부드럽고 상스럽지 않다. 배우들에게 어미 처리하는 방법, 액센트, 고흥지방의 언어인 ‘낱돈(잔돈)’, ‘영님해라(잘 기억해라)’등을 연습시켰다. 일단은 쉽게 알아먹기 힘들더라도 ‘고흥말’을 복원시켜 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그래도 대사는 서울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조폭’ ‘가난한 사람’ 등의 언어로 표현됐고, 개그프로에서 희화화 시키면서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사회 저변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그래서 전라도말이 얼마나 따뜻하고 유머가 많으며 정서적으로도 얼마나 깊고 정감어린 말씨인지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구현하고 싶었다. 이제 영화 ‘순정’의 대사가 전라도말에 대한 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순정’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가 될 것이다. 이제는 전라도말에 대한 차별이 시정돼야 한다.
- 영화 제작을 통해 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더불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점에 관심이 많다. 영화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평생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싶고,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자 욕심이다. 나의 나눔은 자아실현이자 기뻐서 하는 것이다. ‘관상’ 수익도 50%를 기부했고, ‘순정’도 50%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 영화가 흥행이 잘돼서 많은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기부를 하는 셈인데 관객의 이름으로 다시 되돌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영화사가 조금 더 건강해지면 나눔을 더 확대해 나가고 싶다.
- 영화 ‘순정’은 고흥 관광을 위한 홍보 역할이 대단할 것 같다.
고흥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싫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순정’의 관객이 300만, 500만명이 들면 홍보매체로는 더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고흥군을 알리는 무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고흥읍내의 극장에서 18금 영화나 홍콩영화를 봤던 기억이 새롭다. 또 동네에 TV가 많지 않아서 친구네 집에서 주말영화나 명화극장을 많이 봤다. 그 당시 배우 이름과 영화 줄거리를 외우는 것이 큰 낙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영화, 배우들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화를 꿈꾸고 좋아했다. 대학에 가서 영화를 전공한다고 하니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해하고 지원도 많이 했는데 정말 든든한 최대의 빽(?)이었다.
영화 ‘순정’은 작가 한창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순수 시절의 이야기이다. 애잔한 감성과 가슴 저릿한 묘사, 문학성 짙은 아름다운 이 영화는 ‘응답하라 1991, 고흥판’이다.
무엇보다 어린 주인공들의 완벽에 가까운 사투리 대사는 영화를 보는 색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수줍은 듯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흥의 그곳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송정근 사진작가가 촬영지의 풍경을 담은 화보집 ‘순정’을 출간하기도 했다
거금도 연소해수욕장에서도 일부 촬영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