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45화 : 고락

by 무적 posted Mar 22,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44: 고락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가 보다. 물론 식물도 그러하겠지만 그 부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것들의 보호본능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니 동물로 한정하여 내가 아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초식동물들은 보호색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청개구리와 메뚜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청개구리는 풀잎에서 뛰어 놀 때는 푸른색을 띄지만 바위 등에서 쉴 때는 그 바위의 색깔에 맞춰 변화시키며, 메뚜기는 자기가 노는 풀의 변화에 따라 겉옷의 색깔도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편, 뱀은 맹독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며(무당벌레는 자기 피부에 쓰디 쓴 액체를 도포한다고 함), 작은 물고기나 조류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 자기들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라고 한다.(사막의 들소도 마찬가지).

꿩은 의심이 많은 동물이라 가장 안전한 곳에다 보금자리를 튼다는데 그곳은 풍수지리에서 말하고 있는 혈이 있는 장소로 아주 명당이라는 것이다.

또한 위험으로부터 새끼들(병아리)을 자기 품에 감싸 안는 닭은 밤에 잠을 잘 때도 새끼들을 품에 안고 잔다고 한다.

여우는 굴을 세 개 이상 파 놓아 미리 도망갈 곳을 만들어 놓고, 스컹크는 독한 냄새로 적을 물리치며, 도마뱀은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 주며 도망친다.

개와 사자는 적을 만나면 갈퀴를 세워 자기 몸을 더 크게 보이게 하고, 고슴도치는 털을 송곳처럼 강하게 세우며, 거북이는 온 몸을 딱딱한 등으로 감싼다.

 

이렇게 모든 동물들이 보호본능을 갖는데 그럼 우리 인간의 보호본능은 어떤 것일까? 각자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공통적인 것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지금은 치과의원을 경영하면서 여학교 영어교사인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5) 하나, (두 살) 하나를 둔 우리 둘째 누님의 아들인 현이가 지금도 어린 시절 외갓집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낚시질 이야기다.

 

내가 군대에 있었던 때의 일이라 나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나의 형과 동생이 그 조카(당시 초등학교 입학 전)를 배에 태우고 낚시를 했던 모양이다. 어린 아이였지만 조카에게도 낚시질을 하게 하였는데 어쩌다가 조카의 낚시에 문어가 한 마리 물린 모양이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자기가 고기를 낚다니! 그것도 일반 어종이 아닌 문어를.

형과 동생은 한참을 웃다가 다시 낚시에 몰두했는데 아뿔싸! 배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던 그 문어가 슬금슬금 아무도 모르게 움직여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뒤늦게야 낚아 놓은 문어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챘으나 나 잡아 봐라!’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문어를 다시 잡아 올릴 수는 없는 일.

그때 놓쳐버린 그 문어가 못내 아쉬웠든지 조카 녀석은 거의 30년이 다된 그 일을 지금도 만나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문어나 낙지는 위험물로부터 도망할 때 먹물(?)을 쏘아 자기의 몸을 은폐하는데 이 쏘는 먹물을 고락이라고 한다기에 옛 추억과 더불어 소개한다.

 

 

줄행랑(-行廊) - 대문의 좌우로 죽 벌여 있는 종의 방. 도망(逃亡)’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고락 - 낙지의 배. 낙지의 배 속에 든 검은 물. 또는 그 물이 담긴 주머니.

 

TAG •
  • ?
    달인 2012.03.22 13:55

    추적추적 내리는 저 비는

    봄비인가 봄을 재촉하는 비인가?

     

    친한 그 누구와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싶은 날이다.

?

  1. 제48화 : 잔다리밟다1

    제48화 : 잔다리밟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씩 끼가 다분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한결같이 어른들 뺨 칠 정도의 실력들이다. 하기야 그 정도 되니까 TV에도 출연했으...
    Date2012.03.31 By달인 Views3223
    Read More
  2. 제47화 : 의암송1

    제47화 : 의암송 산세가 험하여 오지인 관계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고 불리고 있는 전라북도 군(郡)의 하나인 장수군은 논개와 사과가 유명하다. 이 장수군의 군청 현관 앞에는 정이품송(正二品松)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에 버금가게 자태가 아주 ...
    Date2012.03.29 By달인 Views2970
    Read More
  3. 제46화 : 아람1

    제46화 : 아람 나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 본 이름은 金哲鏞(김철용)인데 우리 金海 金氏 족보에는 金哲鎬(김철호)로 등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 날 때에는 우리가 수로왕의 74세손으로 이름 끝 자가 鏞자 돌림이 맞았는데 족보를 정리하는 과정에...
    Date2012.03.26 By달인 Views3484
    Read More
  4. 제45화 : 감 잡았나요?2

    제45화 : 감 잡았나요? 지금 스물일곱인 내 딸내미가 이제 사회생활을 배우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직 통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인지라 엄마가 데려다 주고 데리려 가고 하였는데, 어쩌다가 늦게 데리려 가면 집으로 전화가 온다. “엄마, ...
    Date2012.03.24 By달인 Views3032
    Read More
  5. 제45화 : 고락1

    제44화 : 고락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가 보다. 물론 식물도 그러하겠지만 그 부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것들의 보호본능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니 동물로 한정하여 내가 아는 몇...
    Date2012.03.22 By무적 Views2870
    Read More
  6. 제43화 : 데면데면하다1

    제43화 : 데면데면하다 데면데면하다 - ①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롭다.(그들은 오다가다 만나 합석한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흩어져 앉아 있었다.) ②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다.(그는 데면 데면하여 자주 실수를 ...
    Date2012.03.20 By달인 Views3853
    Read More
  7. 제42화 : 가르친사위4

    제42화 : 가르친사위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나 특정한 소식을 전하려고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회견’으로 순화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색해서 외래어 그대로 씀)를 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을 하는 경우가...
    Date2012.03.18 By달인 Views3457
    Read More
  8. 제41화 : 성냥노리1

    제41화 : 성냥노리 농사가 기계화된 요즘에는 좀처럼 시골에서 대장간을 볼 수 없지만 언젠가 고흥 과역의 5일장에서 대장간을 볼 수가 있었다. 장날에만 문을 연다는 나름대로의 멋있는 빵모자를 쓴 대장장이는 촌부들이 가져온 낫이며, 호미, 괭이 등을 자동...
    Date2012.03.16 By달인 Views3920
    Read More
  9. 제40화 : 자빡1

    제40화 : 자빡 1985년 어느 날.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나의 군 입대 송별연에도 참석했으나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내가 살고 있던 여수로 나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결혼한 사실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안...
    Date2012.03.14 By달인 Views3247
    Read More
  10. 제39화 : 안갚음1

    제39화 : 안갚음 벌써 20년도 더 지난 1990년 11월 중순 쯤,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유명한 목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에 직원들 세 명(남자1, 여자 2)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것이 지난 ...
    Date2012.03.13 By달인 Views3350
    Read More
  11.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3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 지난 8월 31일에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였다는 소식이다. 나는...
    Date2012.03.10 By달인 Views3053
    Read More
  12. 제37화 : 에멜무지로1

    제37화 : 에멜무지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무사자격시험준비가 한창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2008년 말쯤에 평소 우리말에 관심이 많으신 자미원 누이께서 '우리말 겨루기 예심에 두 번이나 나가서 두 번 다 필기는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Date2012.03.08 By달인 Views37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