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0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따뜻한 봄이 왔는데도 바닷가인 이곳 바깥 날씨는 꽤 쌀쌀하다. 새벽 5시30분 엄마와 아빠는 분주하다. “은아야, 엄마 아빠 바다 나간다. 문단속 잘하고 가”.


전남 고흥의 금산이라는 작은 섬에 살면서 매일 아침 듣던 소리다. 3남매 중 막내인 나는 이 소리가 지겨웠다. 다른 집 막내는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다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 늦게야 들어오시는 부모님. 딸에게는 관심없는 듯 보이는 부모님.


순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을 갈 때도 엄마 아빠는 바다에 나가셨다. 물론 입학식에도 오지 않으셨다. 언니·오빠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학교 임원까지 하셨는데…. 서럽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학교 기숙사에 입학한 딸을 한번도 찾아오지 않으시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한 생각이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설날 집에 내려가서도 이유없이 뾰로통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서러움이 극에 달했다. 어느날 눈물 콧물 흘리며 부모님께 대들었다.


“엄마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지? 학교 입학식 때도 오지 않고, 기숙사에도 오지 않고. 다른 부모님들은 안 그러시는데. 언니랑 오빠 때는 안 그랬잖아. 왜 나한테만 관심이 없어?”


한참을 울었더니 엄마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엄마 아빠가 왜 너한테 관심이 없니. 우리 은아 공부시키려고 일하느라 그렇지. 너는 네 일 알아서 잘 하잖아. 그래서 따로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던 거야. 은아야, 다른 생각 하지말고 꼭 열심히 공부해라. 엄마 아빠는 네 뒷바라지는 열심히 할 테니. 엄마가 죽을 것처럼 힘이 들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은아를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니까. 네가 대학 나와 선생님 돼서 너만큼은 편하게 살아야지. 그게 엄마 아빠 소원이야”


늘 찬밥 신세라고 생각했던 나.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아빠, 요즘도 바다일 하시느라 힘드시죠. 힘내세요. 은아가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선생님 될 테니까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장은아/전남 순천시 대룡동/


최종 편집: 2003년 03월 25일 16:29:12


윗글은 경향신문 > 매거진 x 에서 실린 기사입니다. 아래는 관련기사주소입니다.
관련기사 : http://www.khan.co.kr/news/view.khn?artid=200303251629121&code=900103

Who's 거금도

profile

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금산에서 바둑대회를(1) 38 김철용 2015.01.07 16611
공지 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 13 달인 2012.01.11 42181
공지 거금대교 개통 이후 거금도 버스 노선표 및 운임 3 file 운영자 2011.12.17 59124
공지 매생이 문의 하시는 분들께 2 file 운영자 2004.02.07 85126
202 거금도는 영원 합니다 똘똘이 2003.05.01 1614
201 금산중 제9회 동창들에게 알립니다 stars on 45 2003.05.01 1611
200 폭풍이 지나간 자리 1 신의선택 2003.04.30 1826
199 금중11기 동기생들은 보시지요 2 똘똘이 2003.04.29 1990
198 사랑하는 친구들아! 4 최진평 2003.04.29 2219
197 감사와 발원의 등을...... 야단법석 2003.04.29 1807
196 [거금도님께] 유은선 작곡가 & MC 님과의 잠깐의 인사 2 장준채 2003.04.27 1990
195 재경 금산면향우회 정기총회 및 면민 체육대회 개최 안내 1 똘똘이 2003.04.25 1879
194 금산면을 거금면으로 개명을...(신흥 이장) 똘똘이 2003.04.24 1779
193 영상편지 (inkko1) 똘똘이 2003.04.24 1747
192 우연히... elk 2003.04.24 1912
191 고향쌀 사주기 운동 고흥군수 메시지 똘똘이 2003.04.23 1631
190 재경 금중 총동문회 정기총회에 즈음하여 김화인 2003.04.22 2190
189 60대 부부 이야기 노래/김광석 똘똘이 2003.04.22 1953
188 똘똘이님......^^ 1 거금도 2003.04.18 1924
187 금산중학교 총동문회 정기총회 개최 안내 똘똘이 2003.04.17 1856
186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며 2 최인기 2003.04.14 1778
185 그리운 얼굴 얼굴들/봉성순 2 똘똘이 2003.04.01 1918
184 안녕하세요. 금산 촌년이에요. 1 은하사랑 2003.03.31 1895
183 거금도님께 감사드립니다 똘똘이 2003.03.29 16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68 Next
/ 68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