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의 금산이라는 작은 섬에 살면서 매일 아침 듣던 소리다. 3남매 중 막내인 나는 이 소리가 지겨웠다. 다른 집 막내는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다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 늦게야 들어오시는 부모님. 딸에게는 관심없는 듯 보이는 부모님.
순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을 갈 때도 엄마 아빠는 바다에 나가셨다. 물론 입학식에도 오지 않으셨다. 언니·오빠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학교 임원까지 하셨는데…. 서럽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학교 기숙사에 입학한 딸을 한번도 찾아오지 않으시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한 생각이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설날 집에 내려가서도 이유없이 뾰로통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서러움이 극에 달했다. 어느날 눈물 콧물 흘리며 부모님께 대들었다.
“엄마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지? 학교 입학식 때도 오지 않고, 기숙사에도 오지 않고. 다른 부모님들은 안 그러시는데. 언니랑 오빠 때는 안 그랬잖아. 왜 나한테만 관심이 없어?”
한참을 울었더니 엄마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엄마 아빠가 왜 너한테 관심이 없니. 우리 은아 공부시키려고 일하느라 그렇지. 너는 네 일 알아서 잘 하잖아. 그래서 따로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던 거야. 은아야, 다른 생각 하지말고 꼭 열심히 공부해라. 엄마 아빠는 네 뒷바라지는 열심히 할 테니. 엄마가 죽을 것처럼 힘이 들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은아를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니까. 네가 대학 나와 선생님 돼서 너만큼은 편하게 살아야지. 그게 엄마 아빠 소원이야”
늘 찬밥 신세라고 생각했던 나.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아빠, 요즘도 바다일 하시느라 힘드시죠. 힘내세요. 은아가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선생님 될 테니까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장은아/전남 순천시 대룡동/
최종 편집: 2003년 03월 25일 16:29:12
윗글은 경향신문 > 매거진 x 에서 실린 기사입니다. 아래는 관련기사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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