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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2015.06.01 18:31

5. 화룡점정, 그게 뭐죠?

 

해가 바뀌어 97221일 서봉수는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하루를 쉬고 23.

서봉수는 쿤룬호텔 특설대국장 상좌에 지그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떠나오기 전날, 바둑필자들과 어울리며 주고받았던 얘기의 한 토막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서 명인, 화룡점정이란 말 아시죠?"

"화룡점정이요? 몰라요. 그게 무슨 뜻이죠?"

"화룡은 용을 그린다는 뜻이고, 점은 점을 찍는다, 정은 눈동자란 뜻이에요. 용을 그리면서 맨 마지막에 눈동자를 그린다는 것이지요. 혼신의 힘으로 정신을 집중해 용의 눈동자를, 점을 탁 찍듯이 그려 넣는 겁니다. 눈동자는 곧 생명이에요. 곧 무슨 일을 할 때 최후의 순간에 결정타를 날림으로써 작품을 멋지게 완성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나더러 마샤오춘마저 이겨 버리라 그런 말이군요!"

", 아니랍니까!"

화룡점정! 나는 오늘 용의 눈동자를 그려 넣으려고 왔다.

마샤오춘! 중국 제일인자이고, 사실 바둑도 참 잘 두는 청년이지만, 그러나 마샤오춘에게는 왠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무서워하는 사람은 조훈현과 이창호 뿐 아닌가. 그 두 사람 외에는 누구라도 만만히 나를 이겨 가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마음을 비워야 한다. 승부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 이기려고 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려고 해서 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실수를 하면 마샤오춘이 이길 것이요, 마샤오춘이 실수를 하면 내가 이길 것이다. 헹가래를 받았던 추억은 까마득하다. 쓸쓸히 돌아섰던 기억은 생생하다. 그게 이상하다. 영광과 기쁨은 세월과 함께 시들어 가는데 나락과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새록새록 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마샤오춘이 들어왔다. 돌을 가리니 서봉수가 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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