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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2015.05.30 17:59

4. 서봉수 8연승 신기록

 

조훈현9단은 사정이 좀 다급해지면 일본말로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들어갈 나이까지, 10년 동안을 일본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9단이 "미쳤네!" "망했네!" "졌네!" ", 나는 바보야!" 등등을 한국말로 중얼거렸다면 요다도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창한(?) 일본말로 중얼거리는 데에야 요다로서 신경이 곤두서는 것 또한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요다가 귀마개를 한 요절복통할 차림으로 대국장에 나타난 데에는 그런 말 못할 그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도 혹시 요다가 그 비슷한, 기상천외한 패션으로 등장해 관전객들을 즐겁게 해 주지나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대국장에 나타난 요다는 정상적인 차림이었다.

 

바둑이 시작되자 요다가 바둑판에 바둑돌을 놓는, 아니 두들기는 소리는 대국장 밖으로도 울려 퍼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요다의 착점 소리 사이에는 공백이 길어지기 시작했고 그에 발맞추어 한국 진영에서는 조용한 흥분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착점하는 소리 사이에 시간적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요다가 장고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요다가 장고를 하고 있다는 것은 바둑이 여의치 않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서봉수는 96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세계대회 승발전 8연승의 대기록 아니 신기록을 수립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을 쳐다보았다. 9단과 유9단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9단이 먼저 조9단에게 공을 던졌다.

 

(유창혁) : "마무리는 조 국수님이 하셔야 하는데, 서 명인님이 저렇듯 혼자 다 끝내시 려고 하니 이거 문젠데요."

9단의 순발력이 넘어온 공을 그대로 보낼 리가 없었다.

(조훈현) : "바둑도 한 판 못 두고 돈을 받을 수야 없지. 그런 사람들은 은퇴해야 하 는 거 아니야. 우리 같이 은퇴해 버릴까?"

 

그리고 마침내 서봉수는 8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대국장을 나서는 서봉수는 굳이 웃음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한국 진영에서는 "에이, 서 명인 너무 하네!" 하는 즐거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었다.

서봉수의 제8승은 반집이었다. 일본의 니코사카 나오토를 상대로 거둔 제2승과 중국의 창하오에게 빼앗은 제3승을 포함해 세 번째의 반집승이었다. 이제 남은 대국은 한 판이었고, 남은 사람은 서봉수와 마샤오춘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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