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여, 오늘도 너의 바다를 들춘다
정민기
거금도여, 고향 마을 너머 바닷가
그 마을 조용한 민박집
방에 담겨 푸른 파도 소리 들으며
자장가 삼아 단꿈에 젖었었다
철썩거리면서 어깨춤 잘 추던 고향 섬
간절한 기다림으로 뱃고동 울린다
만년필 잉크처럼 그리움 마르기 전에
또다시 안기고 싶어라
아아 고래 등처럼 편안한 섬이여,
절망을 품고 있다면 낚시질로 낚으면 되리
까마득한 시절 고향을 떠나 정이란 정은
모두 떼어 놓은 것 같아도
다그치듯 철썩거리는 고향의 정
매생이 한철이라도
내게는 사시사철 머물고 싶은 곳
섬 어디를 가나 머뭇머뭇 멈춰 서서
바람인 듯 간절히 속삭이고 싶은 것이다
바다 한 칸 일등석처럼 물고기 잠수하고
몽상을 지우려고 구름을 치우는
하늘빛 짭조름한 바다 향 물씬 난다
거금도여, 오늘도 너의 바다를 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