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백도여행의 의미보다는 여행 중에 배 안에서 겪었던 당황스러웠던 일과 자연 앞에서 한 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것이므로 부담없이 읽기 바람니다)
2001년의 여름이 성큼 다가온 7월 초.
여수세무서에 근무하는 동문들이 일요일을 택해 백도를 여행한다고 같이 갈 수 있으면 가잔다.
나는 군대를 만기제대하던 해인 1979년 10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거문도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뉴스를 거문도에서 들었음), 1984년엔가 여수세무서에 근무할 적에 직원들의 낚시
대회(그래도 섬 놈의 쫀뱅이? 낚시 실력으로 대어상을 수상했음)가 그 곳 백도에서 개최되어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어 백도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마눌님과는 한번도 거문도와 백도엘 여행한 일이 없어 쾌히
승낙했다.
날씨마져도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 주 듯 구름한 점 없이 하늘은 맑고 바람도 없어 배에 오르는 사람마다의
표정이 평화롭다. 그래도 나는 안다. 바다의 생리를! 지금은 숨 죽인 듯이 고요하지만 글쎄..................
여행일정은 09:30 여수 출발
11:30 백도 도착
11:30 ~ 13:00 점심식사 및 휴식(술과 과일 및 도시락을 준비했으며 회는 현지에서 작살로
잡아 조달할 예정
13:00 ~ 15:00 백도 관광(백도는 일반인의 상륙이 금지되어 있기에 선상관광만 가능함)
15:00 백도 출발
17:00 여수 도착
오늘의 행사를 주관한 여수에서 안경점을 경영하는 백자호 후배님과 선주 및 기관사를 포함한 우리 일행
40여명은 예정된 시간에 배를 출발시켰다. 80명이 정원인 관광선은 2대의 기관을 힘차게 돌리며 40노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물보라를 시원하게 내 뿜으며 항구를 뒤로 밀어 낸다. 바야흐로 저 멀리 남쪽으로 110
여 km 정도 떨어져 있는 절해의 고도인 백도를 향해 2시간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배는 점점 육지와 멀어지고 이제 점점히 떠 있는 한려수도의 섬들이 하나 둘씩 우리를 비켜가곤 하니 모처
럼의 바다여행에 신이 난 사람들은 저절로의 흥에 겨워 끼리끼리 삼삼오오로 모여 앉아 마치 이 세상에 근심
걱정 하나 없는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시원한 바닷바람과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안주삼아 술잔들을 돌리고 있
으니 그 모습들이 한없이 평화롭다. 그러나 어찌 알리요. 곧 다가올 우리의 운명을.
출항한 지 한 시간 이 조금 지났을까?
바다의 한 가운데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지평선 뿐이요 떨어지는 것은 선수에 부딪쳐 일어나는 포말들의
의 잔해 뿐이라 이제 취기도 적당히 오르고 배멀미도 조금씩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선실로 들어가
누워 무료함과 멀미를 달래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술 한잔씩은 나눌 수 있는 우리 몇 사람은 선수를
지키며 호호로운 기분으로 호연지기를 다지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바다는 육지에서 멀리 나오니 잔잔하지가 않다. 점점 풍랑은 거세지고 덩달아 선체의
로울링 심해 진다. 앞으로 1시간은 더 가야 되는데.
이 때, 돌연 배의 후미에서 "불이야, 불이야!"하는 급한 외침과 함께 몇 사람의 아주머니들이 선수로 뛰어
온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우리는 뜨악하니 서로의 눈길만 교환하고 있는데 아닌게아니라 후미 기관
실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게 아닌가. 급하게 기관실로 뛰어가 보니 2대의 기관 중 1대의 기관에
불이 붙어 있고 기관사는 혼자서 열심히 바닷물을 길러 불을 끄고 있는 중이었다. 기관실에 딸린 방에 누워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대피하여 겁에 질린 표정으로 수근거리고 있고.
순간!
나도 무척 당황스러웠다.
저 불을 끌 수 있을까?
만약 끌 수 없다면?
주위에 섬하나 보이지 않고 지마가는 화물선 하나 보이지 않은 망망대해!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수영을 할 수 없는 사람이나 똑 같을 수 밖에 절대적인 상황.
나머지 하나의 기관마져 꺼 버리고 진화작업을 하는 동안 동력을 상실한 배는 높아지는 파도에 대책없
이 흔들거리고 이제야 상황을 알아 챈 사람들의 두려움에 찬 아우성과 멀미에 의한 구토 등으로 한동
안 선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럴 수 밖에. 한번 상상해 보라. 검붉게 타오르며 혀를 날름거리는 불
길을 피해 너 나 없이 살아보겠다고 바다로 풍덩 풍덩 뛰어 들어가는 지옥도의 풍경을! 바다로 뛰어 든
사람들은 하나 둘씩 흩어지고 타다 남은 배는 서서히 가라앉고! 조금 후에는 언제 그랬냐 싶게 평상
시처럼 물결만 출렁이는 바다의 모습을.
그래도 역시 뱃사람들은 달랐다.
선장이 나서더니 아무일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우리 몇몇은 열심히 바닷물을 길어 올려 기계에 끼 얹고.....
기름에 붙은 불이라 쉬이 꺼지지도 않았지만 물을 계속 끼 얹으니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는 못하였다.
그러기를 얼마였을까?
계속 물 길러 나르는 작업을 하면서도 내 머리 속은 온통 자식들 생각뿐이다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대학교 1년 수료하고 의경으로 자원해서 군에 간 아들녀석과 이제 갓 대학에 입
학한 딸이 우리 없이 이 험한 풍파를 헤치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 좋지 않은 쪽으로의 생각이 꼬
리에 꼬리를 문다.
다행히 불은 더 번지지 못하고 꺼졌다. 공포에 젖은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선실에서 꼼짝을 않는다.
모든 상황을 수습하고 불이 난 기관은 작동하지 못한 채 나머지 1대의 기관에 시동을 걸어 배를 출발
시키니 역시나 400노트의 속력을 자랑하던 배의 속도가 15 노트로 뚝 떨어져 버리지 않는가!
백도에 도착!
당초의 예정보다 약 2시간이나 늦게 13:20분에 도착한 것이다.
선수만 접안할 수 있는 백도의 포구에 겁에 질려 떨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씩을 내려주니 이제는 살았
다라고 좋아해야 할 사람들이 왠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멀미로 탈진하여 점심시간이 훌적 지났는
데도 밥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누울 자리부터 찾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어떻게 육지로 되돌아 갈것인
가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해경에 조난신고를 하여 군함을 오게 하자"
"공군에 신고하여 헬기를 보내 달라고 하자"
"백도 전체를 그대로 육지로 옮겨 갈 방법은 없느냐"는 등 극도의 배멀미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었다. 더구나 백도는 바위 섬이기 때문에 키가 큰 나무들이 없어 배멀미와 더위로 심신이 탈진한 사람
들을 가리워 줄 그늘이 없는 것도 그들이 더욱 두려워하는 이유의 하나였다. 아, 이를 어찌 할 것인가?
그 때 오늘의 행사를 주관한 후배님이 "자, 힘들어도 조금만 참읍시다. 곧, 맛있는 횟감을 잡아 올테니
조금만 힘 내십시요"하더니 선장과 기관사를 대동하고 배를 출발시켰다. 반신반의하며30여분을 기다
렸을까? 아닌게 아니라 그들은 월척도 넘는 이름모를 고기를 10여마리 이상 잡아오는게 아닌가!
섬에 내려 휴식을 취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사람들에게 그 고기들을 안주삼아 소주를 몇 잔씩 돌
리니 그 때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생기를 찾는 것이었다.
이렇게 저렇게하여 식사를 마친 후 예정시간보다는 늦어 졌지만 계획한 백도관광을 마치고 여수항에 되
돌아오니 그 뜨거웠던 7월의 태양이 마아악 서산을 넘어가면서 온 바다를 빠알갛게 뭄들이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백사장, 아까 그 때 심정이 어떻던가?"
백사장이 웃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아이구, 선배님. 괜찮아요. 배에 구명조끼가 80개나 있는데. 한 사람에게 2개씩 입혀 바다에 던져 놓으
면 한 이틀은 꺼덕없으니까요."
속마음이야 모르겠지만 정말 명답이었다.
(후기)
인간의 위대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느껴보면서 가족, 동문, 직장의 의미를 다시 새겨 본 여행으로 이 여행
이 성사될 수 있도록 여러모로 힘 쓴 백자호 사장과 이겸신 후배에게 감사한다. 이 번 여행에 배를 처음
타 봤다는 모 과장은 아들과 사모님이 같이 왔는데 배를 타면서 부터 구명조끼를 입고 탔단다. 그 더위에
얼마나 답답했을까마는 미리미리 모든것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만은 존경스러웠다. 만약 불을 끄
지 못하고 인명사고라도 났다면 그 유비무환의 정신은 두고두고 우리 국세청에 회자되었으리라.
전남 여천군 삼삼면(거문도)에서 동쪽으로 30여 km 정도 떨어져 있고, 1979년부터 반경 200여 m가
사적및명승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백도는 39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군도로 지명 유래는 본시 100
개의 섬으로 되어 있어 일백 百자를 써서 百島라고 하였다는 설과 흰 白자를 써서 白島라고 했다는 설이
있는데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것 같다(사실 백도는 멀리서 바라보며 접근하면 흰 빛을 띄고 우리에게 다
가 온다).
섬은 매바위, 각시바위, 서방바위, 형제바위, 왕관비위, 궁성바위, 병풍바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름들을 가진 천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서식하는 식물은 원추리, 나리, 찔레, 동백, 후박나무 등 350
여 종에 달하고, 주변 바다 속에는 큰붉은산호, 꽃산호 등 170여 종의 해양식묵이 서식하며, 섬에는
흑비둘기, 가마우지, 휘파람새, 팔색조, 등 30여 종이 살고 있다고 조사된 천혜의 관광지이다.
글을 보니 과거에 해군으로 복무하셨던걸로 생각이됩니다
백도여행에서 고생하셨군요
삼산면 거문도와 백도의 자세하고 정확한 관광안내는 틀림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백도와 관련하여 몇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무적선배님도 잘 아시다시피
거문도.백도지구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고
백도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여수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답니다
참고로 ~~
200미터 이내에는 접근. 접안.상육. 어로행위.등 이 불가하게 되어 있지요
물론 재해로인한 안전대피의 경우에는 예외라 할것입니다
1993년도에 저는 백도에 상륙하여 일제시대에 설치해 놓은 철재난간을 철거하고
더이상의 훼손을 방지하는 작업을 했던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2003년 6월에는 백도에 접안하여 낚시를 하고 있는 고흥녹동선박 2척, 나로도선박 1척,여수선박3척을 단속하여 1차 계고하여 문화재보호에 협조하여 주실것을 당부하고 귀항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백도는 우리가 보존도 좋지만 보전을 함으로써 자연이주는 혜택을 우리 스스로가 받아야할 귀중한 보물인것입니다~~~
참고이해사항!
1 놋트 : 시속1.85km
40놋트 : 시속74km
윗글은 무적선배님과는 무관하고
백도에관한 일반적 이해를 돕고자 올린 글이오니 넓으신 양해를 바랍니다
여수에서 18회 일정리 김재영 올림~~(xx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