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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2015.04.24 13:28

9. 오청원(吳淸源)의 치수고치기 10번기(9)

 

그런데 1939년이라고 하면 중일전쟁이 확대일로를 거듭 하고 일본에서는 국수주의가 사회를 뒤덮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시류 속에 앞에 나온 관전기사가 신문에 실렸을 때 독자의 반응은 대단하였다. 기다니가 코피를 내고 괴로워하는데 모른 체 하면서 계속 두어나가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 곧장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지 않았는가? 무사의 인정을 모르는 냉혹비도(冷酷非道)한 승부의 마귀라고 하는 비난의 소리가 쇄도하였다. 당연하겠지만 동료기사 중에 오청원이 예에 어긋났다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기다니가 독자의 그런 관심을 귀찮게 생각했다.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오청원은 야스나가와 상담하니 야스나가는 "오선생이 10번기를 이기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만 답했다. 세고에 선생은 10번기를 중지시켜야 할 것인가 크게 고민했으나 "바둑꾼은 비록 반상에서 목숨을 앗겨도 행복한 일이니 당당히 두어가시게!"라면서 격려해주었다.

19404. 원각사의 제1국 외 에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4국은 21패의 뒤를 이어 이 십번기의 결과를 좌우하는 일국이었다. 오청원의 흑번이었으나 백인 기다니가 과수를 추궁해 와 끝내기에 들어설 무렵, 필쟁점인 역 끝내기를 두어 거꾸로 한집을 남길 수 있었다. 사실 이때 오청원이 졌다면 22. 그러면 십번기의 상황도 달라지고 오청원의 십번기가 이렇게 100국 가까이나 두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치수고치기가 걸린 6국이었다. 193910월 원각사내의 자그마한 암자였다. 6국을 앞두고 오청원은 구레 이즈미라는 일본 이름을 다시 오청원으로 돌렸다. 바둑 팬의 열망 탓이었다. 호적은 그대로 두고서 '오청원'이라고 이름만 다시 바꾼 것이다. 5국에서 패하자 기다니는 오랫동안 길렀던 장발을 싹둑 잘라 중머리가 되었다. 막판에 몰린 6국부터 분위기를 일신하자는 뜻이었다. 오청원은 본래 까까머리였으므로 둘이서 승방에서 대국하면 선승(禪僧)일 것이라고 동요기사들은 웃기도 했다. 오청원이 6국을 이겨 51. 드디어 기다니를 선상선으로 치수를 바꿔놓고 말았다. 치수고치기에서 치수는 바꿔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4승차, 예를 들면 4전 전승이나 73패가 되어 치수를 바꾸기로 한 약속이 그대로 실현되자 호선만을 두던 상대는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그것은 아직 승부가 아니라는 반론을 폈다. 이름 하여 '신예 10번기'라고 명명한 것이다. 기다니를 신예로 보아 그들의 뭉개진 자존심을 만회해보려는 소치였다. 이제까지의 대국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오청원과 기다니와의 10번기 결과 ; 오청원 기준>

 

1(1939928~30) 2집 승

2(19391226~28) 흑 불계 승

3(1940315~49) 5집 패

4(1940612~614) 1집 승

5(194084~86) 백 불계 승

6(19401016~1018)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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