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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2015.04.16 12:53

5. 오청원(吳淸源)의 치수고치기 10번기(5)

 

일본무대 첫해부터 오청원의 재주와 끼는 빛을 발한다. 시사신보사에서 주최한 승발전에서 일곱 번째 선수로 참가한 오청원은 기다니 4단과 대국하게 된다. 기다니는 한국의 조남철 김인을 비롯하여 오다케 다케미야 고바야시 그리고 조치훈까지, 일본바둑의 영웅들 모두를 길러낸 일본바둑의 대모(代母). 그리고 훗날 오청원과 함께 바둑계의 폭풍을 몰고 온다.

 

그러나 이 기다니와의 만남은 수월치 않았다. 자존심 강한 오청원이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궁리해낸 것이 흉내바둑이다. 흉내바둑이란 무엇인가. 오청원은 흑을 들고 첫수를 천원에 갖다 놓는다. 바둑판의 정중앙 말이다. 그 다음은 바둑판이 천원을 중심으로 점대칭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상대가 두는 대로 저쪽 반대편에서 그대로 따라두는 것이다. 오청원이 이렇게 흉내바둑을 둔 것은 철저히 연구정신의 발로였다. 과연 이렇게 두면 백이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부터 품었던 사람이다. 흉내바둑은 오청원의 탐구심승부기질이란 두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탐구심은 '이렇게 흉내바둑을 두면 그 끝은 어떻게 될까' 라는 식의 궁금증을 직접 실행한 뒤 확인하는 절차이며, 기질은 바로 기다니라는 거장에게 이길 도리가 없으니 이런 '변칙'으로 판을 좁혀간 다음 좁혀진 전장에서 싸우겠다는 심사이니 승부사다운 면모라 하겠다. 아무튼 기다니와의 흉내바둑은 62수까지 이어졌고 그 이후 기다니의 완착을 등에 업고 앞서가는 바둑을 둘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오청원 역시 실수를 범해 결국은 3집을 지게 된다. 대국이 끝났을 때는 전차도 끊어진 심야였고 기다니와 오청원은 기원에서 밤을 새며 바둑 이야기로 동트는 새벽을 맞이한다. 그때 기다니와 오청원은 맘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어쨌든 오청원이 일본에 건너온 지 2년이 넘도록 기다니에게는 흑을 들고도 좀체 이기질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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