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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2015.04.07 10:12

오청원은 두 손의 중지가 조금씩 굽어 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좀 허약했던 오청원은 부친이 가져다 준 일본의 최신 기보집을 외우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당시 그 책은 너무 무거워 책을 받치다 보니 중지가 휘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불세출의 영웅이 되는 과정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청원의 부친은 오청원이 12세 되던 해 갑자기 사망한다. 폐결핵이라고 추정되는 몹쓸 병에 걸려 각혈을 한 지 2개월여,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불귀(不歸)의 객이 되고 만다. 유복했던 오청원의 집안이 갑작스런 부친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기울고 마는 것은 당연지사! 급기야 오청원이 바둑으로써 집안일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소년가장의 처절한 신세가 된다.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든든한 후원자이던 부친의 죽음이 만든 일이었다. 부친의 죽음은 오청원에게나 가족에게나 몹시 슬픈 일이었으나 오청원에게는 어린 나이에 바둑으로 대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니 아이러니하다.

 

그 당시 빼놓지 못할 일화가 하나 있다. 부친이 저 세상으로 가기 며칠 전, 3형제를 불러놓고 부친은 유품을 하나씩 아들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장남에겐 탁본을, 차남에겐 소설을, 그리고 막내인 오청원에게는 기보를 주었다고 한다. 훗날 장남은 공무원이 되었고 차남은 문학자로, 막내는 기사가 되었으니 셋 다 부친의 기대대로 걸어간 셈이다. 오청원은 부친이 사망하기 얼마 전부터 북경의 한 장군에게 소개된다. 그 장군은 친일성향을 갖고 있어 국민에게 그리 신망이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권력으로 따지면 실세중의 실세로 지금으로 치면 북경시장과 경찰청장을 합친 권력가였으니 '북경의 대통령'으로 불릴만한 거물이었다. 그 장군은 바둑을 몹시 좋아하였고 고수였다고 전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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