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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2015.03.29 14:33

27. 당대 1인자 가운데 누가 가장 셀까?

 

 

바둑기술 발전으로 나중에 나온 사람이 유리

 

세계 바둑사상 누가 가장 강한가?

이 물음은 마징가Z가 세냐, 태권V가 세냐?’와 같은 지극히 유아스러운 발상이지만, 사실 이 의문은 바둑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수그러든 적이 없다.

 

몇 년 전 엄청나게 팔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린이바둑교실까지 융성하게 만들어 준 일본 애니메이션 <고스트 바둑왕>헤이안 시대의 1인자와 현대의 명인이 바둑을 두면 누가 이길까?’라는 테마를 깔고 있었다.

사실 한시대의 반상을 평정한 인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의 계보(일명 국수의 계보)가 있고,

일본은 우칭위엔-사카다-린하이펑-조치훈-고바야시 고이치 등등이 있다.

중국은 녜웨이핑-마샤오춘-구리 등을 꼽을 수 있을 듯.

 

1988년 최초의 세계바둑대회인 후지쯔배와 응씨배가 생기면서 누가 제일 세냐?’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세계대회에서 1등한 사람이 최고라는 데 누가 불만이 있으랴. 하지만 응씨배 우승자와 후지쯔배 우승자 중 누가 더 세냐?’라고 묻는다면 또 어려워진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최초의 1인자에 등극한 우칭위엔은 천재성과 어마어마한 노력이 합체해 만들어진 진정한 거인이었다. 1930년대 초강자들을 치수고치기 10번기로 모조리 격파한 신화를 남겼다. 무술영화에나 나올 법한 도장깨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위대한 장면이다.

우칭위엔 시대를 이어받은 사카다 에이오는 깊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전투와 타개로 한 시대를 휘어잡았다. 상대의 집을 하도 잘 도려내 얻은 별명이 면도날’.

훗날 면도날이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살집이 두툼한 바둑을 두었던 린하이펑에게 1인자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이러한 일본 바둑사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인물은 조치훈이었다. 1983년 일본의 3대 타이틀인 기성·명인·본인방전을 모조리 우승해 대삼관을 달성했다. 자학에 가까운 수읽기에서 우러난 조치훈류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바둑 붐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시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가 최고다. 조훈현은 천재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한 빠른 포석과 전투능력으로 당대의 기사들을 줄줄이 때려눕혔다.

그런데 이로 인해 웃지 못 할 비화가 등장하게 되니 바로 천재 조훈현이 계산과 끝내기에 약하다는 것. 이유인즉 워낙 다른 기사들과 실력 차이가 나다 보니 중간에 끝나는 불계승이 많았고, 계가를 하더라도 정밀한 계산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만으로 충분히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기에 계산과 끝내기를 단련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조훈현이 계산과 끝내기의 달인(오죽하면 별명이 神算이겠는가!)인 제자 이창호에게 허무하게 발목을 잡힌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당대의 1인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둑을 두면 누가 가장 셀까. 그동안 다수의 프로기사, 한국기원 관계자, 아마추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나중에 나온 사람이 이길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유는 바둑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조차 이런 곡은 사람이 연주할 수 없다!”라고 단언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지금은 프로 연주자라면 누구나 별 어려움 없이 연주하고 있다는 점과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무명 초단이 옛 명인의 대마를 때려잡고 이긴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이러한 가정은 바둑의 기술만을 놓고 내린 것이다. 천재성과 노력, 기풍 등의 요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둬 봐야 안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우칭위엔·조훈현·조치훈·이창호·이세돌이 지닌 바둑적 감각과 천재성을 누가 저울질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마징가Z와 태권V처럼, ‘누가 가장 바둑이 셀까?’는 역시 호사가들의 영원한 입방아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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