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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2015.03.10 11:00

“10년간의 교단 내려와 섬마을에서 묘수풀이 지도

 

불세출의 바둑천재 이세돌은 막내아들의 기재를 처음 알아본 아버지 이수오씨의 작품이다. 한국 바둑 부동의 1인자 이세돌 9단의 공식 스승은 권갑용 8단이지만, 사실 이세돌이란 불세출의 바둑천재를 빚어낸 인물은 그의 아버지 이수오씨(1998년 작고).

 

이씨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10년가량 교편을 잡았던 그는 막내 이세돌이 태어나자 전남 신안 비금도로 이사했다. 그리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해결했다. 이세돌의 회고에 따르면 이씨는 농사보다는 학자나 선비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농사일을 하느라 새까맣게 타고 주름이 늘어, 이세돌을 데리고 다니면 할아버지와 손자로 보일 정도였지만 이씨의 막내 사랑은 끔찍했다.

일찌감치 막내아들의 기재를 알아본 아버지(아마추어 5단 수준의 기력이었다고 함)는 넉넉지 않은 섬 살림이었지만 힘을 다해 바둑을 가르쳤다. 주로 실전대국과 사활문제 풀이가 이씨의 지도방식이었다.

이씨는 농사일을 나가면서 바둑판 네 귀퉁이에 묘수풀이 문제를 냈다. 일을 하다가 이놈이 다 풀었겠다!’ 싶으면 돌아와 검사하는 식이었다. 이세돌은 못 다 푼 것은 괜찮았지만 틀리면 혼이 났다.”고 회고한다. 빨리 푸는 것보다 정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었다.

 

이세돌은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전국어린이대회 을조에 나가 우승을 했다. 2학년이 되자 갑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섬마을 천재소년의 명성이 우렁우렁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도회지로 나갈 때면 이씨는 아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 주었다. 모든 비용이 다 아버지의 빚이었다는 사실은 이세돌이 크고 나서야 알게 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회에 나간 이세돌은 첫판에서 져 탈락하고 말았다. 우승후보가 예선에서 떨어져 버린 것이다. 후딱후딱 두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결과였다.

아버지 눈치를 보고 있는 막내아들에게 이씨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주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머리를 굴리고 있는 이세돌에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을 때 맞더라도 먹고 맞아야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 곧 매를 맞을 생각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세돌은 초코파이를 다 먹어 치웠다. 아들이 먹고 나자 아버지는 매를 들었다. 이세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한테 눈물 나게 맞았다고 기억한다. 져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데 대한 벌이었다.

 

이세돌은 지금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우리 막둥이 타이틀 하나 따는 거 보고 가야지!” 했던 아버지였지만,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큰 대국을 앞두면 이세돌은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적어도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세상의 아버지도 틀림없이 기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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