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 삼가다
우리나라의 최대 여객운수회사는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차량대수 1,214대에 종업원 2,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금호고속이다.
금호고속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님께서 1948년에 트럭을 개조하여 광주여객이라는 상호로 사업을 시작하였다는데 현재의 정확한 회사명은 「금호산업주식회사고속사업부」이다.
회사의 연혁을 살펴보면 1967년부터 직행버스가 서울 노선을 뛰었고, 1973년부터 광주↔서울의 고속버스가 운행되었다고 한다.
별다른 큰 기업체가 없는 우리 남도지역에 전국에서 운수업으로는 첫손가락 꼽히는 금호산업이 있다는 것은 우리 남도인의 큰 자랑이자 긍지이다.
나는 1968년에 광주의 모 중학교에 진학하여 1년에 두 번의 방학 때만 고향엘 오갔는데 그때에는 광주↔녹동 노선에 광주여객과 금성여객 두 회사의 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헌데 소위 ‘급행’이라는 노선이(녹동에서 출발하면) 고흥, 과역, 벌교, 곡천, 사평, 화순을 경유해야 했으므로 차를 타는 시간만 5시간 이상이었다. 물론 차로도 비포장인데다 구불구불하여 차멀미를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오줌보가 터질 듯했던 일도 비일비재였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밝힌 적이 있듯이 실제로 오줌을 참지 못하여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오줌을 싸버린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고향의 집에서 광주의 자취방까지 오려면 아침 8시에 배를 타고 녹동으로 와서 녹동에서 10시에 버스를 타면 광주에 오후 3시경에 도착, 그리고 자취방까지 1시간여를 계산하면 총 소요 시간이 무려 8시간이 된 셈이다.
현재 건설 중인 가칭 거금연륙교가 예정대로 내년 말에 개통이 된다면 광주의 집에서 고향의 우리 마을까지 승용차로 2시간 이내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승용차가 대중화된 요즘에는 나도 고향엘 갈 때에는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으나 교육이나 출장으로 수원과 서울 등 장거리를 여행할 경우에는 열차와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금호고속이다.
초창기의 일반고속버스보다 안락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좌석수를 줄인 우등고속버스에서는 웬만한 TV프로그램도 시청할 수 있는데 막 출발하면서 들려주는 아래와 같은 안내방송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한다.
“우리 금호고속을 이용해 주셔서 (중략), 차안에서는 무엇무엇을 삼가하여 주시고 (하략)……”
아마도 안내방송에서의 ‘삼가하다’는 ‘삼가다’를 잘못알고 사용하였을 것이다.
나는 관계자에게 전화로 위의 잘못을 지적을 해 줬는데 고쳐지지 않기에 다시 회사의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도 아직까지 답이 없다. 그 후론 금호고속을 타볼 기회가 없어 고쳐졌는지는 모르겠고,
이와 같이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도 회사홍보를 주관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는 굴지의 재벌회사만큼은 정확하게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금호산업주식회사고속사업부」를 예로 들었음을 밝히며 ‘삼가다’의 뜻과 사용 예문을 살펴보고 맺는다.
삼가다 : ①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말을 삼가다. 어른 앞에서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만용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
앞으로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삼가기로 하겠다.
입 속에 음식이 있을 때에는 되도록 말을 삼가며.......
②꺼리는 마음으로 양(量)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
술을 삼가다.
문밖출입을 삼가다
그는 건강을 위하여 담배를 삼가기로 했다.
(2010년 12월)
이렇게 삼가다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는 말들이 꽤 된다.
이런 것들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모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