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춘기 기자]지난해 12월 22일 ,전라남도 고흥군 거금도에 다녀왔다. 지난 가을부터 금산종고 학부모들이 한 번 다녀가라는 간곡한 연락을 받고서도 짬을 내지 못해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오던 중, 마침 순천에서 열린 행사가 오전 중에 끝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고흥읍을 거쳐 오후 4시경에야 금산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섬학교인데도 정리정돈이 잘 되어 깔끔하게 보였다. 유치원에서는 종일반을 운영하는 듯 그 시간에도 유아들이 교실에서 삼삼오오 오손도손 활동하고 있고 선생님은 한 그룹의 아이들 속에 묻혀서 내가 살짝 들여다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중학교에 잠깐 들려 위로 격려하고 고등학교로 올라갔다. 금산종고 정진옥 선생의 '올해의 스승상' 수상을 축하하고, 작은 섬학교에서 수고하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출장 중이어서 김명선 교감선생님, 이상철 교무부장, 김옥준, 정진옥 선생님들과 도서지방에서의 학생 진로지도와 신입생 유치 문제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지지역 학교 같으면 선생님들은 오후 4시 30분이나 5시면 퇴근시간이어서 일어서야 하겠지만 섬지역이라서 그런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5시 30분경까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신입생 유치를 위해 교장, 교감과 교무부장을 중심으로 전 선생님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당초 7-8명 정도밖에 안되었던 입학 희망자들이 38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동 중학교 분교장과 금산중학교 졸업생의 76%를 확보하고 성적 우수학생 다수를 유치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대부분 농어촌 고등학교의 학생 미달 사태가 심각한 전남도로서는 적극 홍보할만한 우수 사례임이 틀림없다. 이상철 교무부장의 경우 학생유치를 위해 퇴근 시간 후에도 동 분교장까지 10여 차례를 찾아가서 일일이 학부모를 방문하여 이해 설득하고, 김옥준 선생님의 경우는 몇몇 우수학생들에게 특별지도를 통해 진로지도를 책임지겠다는 약속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 중학교 졸업예정자와 부모들에게 이 지역 출신으로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이곳 금산초등학교와 제일초등학교에 초임으로 근무하는 송 모 교사와 공 모 교사의 사례를 직접 들려주었던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고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학생과 부모들에게는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실증적인 성공 모델링을 제시하여 꿈과 희망을 스스로 갖게 해야 한다. 이쪽 학교로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지금까지 거의 고흥읍내나 순천 등지 학교로 유학하던 동 분교장 출신을 4명이나 유치했는데 그들의 통학 문제 때문에 걱정이란다. 유치 설득할 때는 농기계를 보관하던 창고(농기계과가 폐과됨)를 개조해서 그들 4명이 기숙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보수공사를 하려고 하니까 1500~2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한다. 대규모 학교에서는 기숙사가 남아서 비어있는 곳도 많은데 이처럼 도서 벽지학교에서는 4-5명이 기숙할 공간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안하고 민망할 일이다. 그러고 보면 교육예산의 집행이나 교육시설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너무 심해져 가는 것 같다. 학생수 감소로 폐과 아니면 통폐합 위기에 놓인 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학생 유치 작전의 눈물겨운 사례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학교와 교사들이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가고 있음에 마음 든든함과 흐뭇함을 느낀 하루였다. /조춘기 기자 덧붙이는 글 -기자는 특수교육 분야를 비롯한 우리 교육계의 소외된 곳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라남도 교육위원이다. -홈페이지 주소:http://www.cck.pe.kr/ [오마이뉴스 2005-01-08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