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덮은 잿빛구름
갈 바 몰라 헤메고
횅하니 산 너머로 달려 도망 가더니
아닌가 돌아서서 훌적거리다
지친듯 비를 뿌려 흘리고 선다
넘실거리는 파도에 실려
떠밀려 온 상념
비릿한 갯바람에 법벅되어 뒹굴고
번갈아 애무하는 파도 몸짓에
번들거리는 갯바위
간지러운듯 자지러진다
뻔하고 뻔한 일상에 지쳐
그져 한번 날잡아 놓고
푸념도하고 희희닥거리며
쉬어도 가고 싶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그져 달리라고만 우긴다
비에 젖은 산등성이
서러워 눈물짓고
산자락에 물든 단풍
애써 가을비 반겨 안기며
붉은 입술 노란 치마
산자락에 듬성듬성 숨긴다
창너머 언덕베기
볼품없는 억새들
버둥거리며 서로룰 비벼
슬피 울어 아리고
온몸 감싼 한기 싫어 바둥거려도
가을비 재미삼아 불다 서다를 계속하고
흔들거린 회상의 들판엔
흐미한 기억들이 스물스물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