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살아있다.
1994 한국 프로듀서 대상 , 교양다큐부문 작품상 [장덕수 MBC]
아직도 남도의 갯벌에서는 ........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갯벌만큼 상실의 아픔이 큰 땅이 있을까. 갯벌은 하천을 따라 흘러들어온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자연의 콩팥' .사람에게는 각종 어패류를 공급해 주는 '검은 노다지' 요, 철새들에게는 넉넉하고 편안한 쉼터다. 한마디로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 다. 국내 갯벌의 면적은 87년 2천8백15㎢에서 올해는 2천3백93㎢로 감소했다.간척사업으로 11년동안 15%가 줄어든 것. 2004년에 완료되는 새만금지구 (전북) 간척사업에 포함된 갯벌은 2백㎢. 여의도 (3㎢) 의 67배에 달하는 갯벌이 사라질 운명이다. 아쉬움을 남긴채 우리곁을 떠나는 갯벌. 그러나 아직도 남도의 갯벌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오전 11시가 넘자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배에 오르기 시작한다. 미리 바다에 나가는 이들은 '참꼬막' 을 캐기 위한 준비를 위한 선발대다. "애마리요 (여보세요) .왜 참꼬막인지 안당가.참꼬막은 얕은 곳에 살아 일일이 손으로 잡는 꼬막이랑께. 그물로 잡는 세꼬막하고는 들어가는 품이 다른다말이시. " 배에 오른 김기순 (45) 씨는 참꼬막캐기가 '겁나게 힘든일' 이라고 말한다. 배를 탄지 30분이 지나자 바다에 띄운 직사각형모양의 작업대가 나타난다.작업대와 배를 연결하고 작업대 청소를 마치면 갯벌에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쓴 여인들이 등장한다. 갯벌의 이동수단은 나무판자로 만든 넓적한 '뻘스키' .한키가 넘는 갯벌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타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 다리의 무릎을 스키위에 세우고 한발을 갯벌에 둔채 스키를 밀면 된다. 철사가 촘촘히 매달린 채취기는 꼬막을 캐는 장비. 채취기를 뻘스키옆에 대고 힘껏 밀면 꼬막이 걸렸다는 느낌이 온다.이때 채취기를 털어 함지박에 쏟아넣고 다시 채취기를 밀고 터는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낙지를 발견할 때면 웃음꽃이 핀다. 먹음직한 새참거리이기 때문이다.뻘스키에 올려놓는 함지박은 2개. 한개의 함지박에 가득 꼬막을 채우면 15㎏이다. 2개의 함지박이 가득찰때마다 함지박을 비우기위해 작업대로 향한다.1인당 하루 작업시간은 5시간, 갯벌에서 이동하는 거리는 5㎞다. 하루 채취량은 60~1백㎏. 쌀 한가마 분량의 꼬막이 갯벌에서 나오는 것이다. 작업대엔 개흙이 잔뜩 묻은 꼬막들이 올려지고 양수기로 퍼낸 바닷물 샤워를 통해 흙이 벗겨진다.샤워를 마친 꼬막들은 채를 통한 일차 선별과정을 거쳐 다시 여인들의 눈과 손을 통해 불량품이 가려진다. 참꼬막이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기간은 6년. 갯벌에 뿌리는 종패가 되는데 2년. 종패가 갯벌에서 4년을 자라야 먹음직한 참꼬막이 된다."요새는 하도 안잡혀 신이 안난당께. 근디 참꼬막은 요즘 중국인들까지 앞다퉈 수입하는 효자해산물다요. 썩을 놈의 간척사업만 없었으면 지천이 고막인디. " 장동범 (45) 씨는 땅욕심이 갯벌을 버려놨다며 안타까워한다. 가만히 놔두는 것이 매립하는 것보다 경제적 가치가 3배나 높다는 갯벌. 갯벌을 파먹고 사는 사람들은 "마구잡이식 개발보다는 그대로 놔두기를 원한다" 고 입을 모은다. 글.사진/송명석 기자 중앙일보 .1998. 4. 16. 찾아가기 : 한국의 갯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