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드세게 몸부림쳤던 남녘 땅에서 어김없는 반란이 시작됐다. 왕조도, 권부도 어쩔 수 없이 무너졌던 봄의 습격이었다. 그렇게 봄의 반란은 권력과 외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구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 켰다. 이 땅에서 가장 성공한 혁명은 봄이었다. 올 봄은 유난하다. 나라를 새롭게 세워달라는 뜻 같기도 하다. 거기 나라가 세워지면 참사에 쓰러진 이들도 없게 하고, 차별에 눈물 흘리는 이들도 없게 하고, 가압류 차압도 없게 하고, 힘센 이들보다 힘 약한 이들이 큰 소리치며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봄이 왔다. 정말 봄이 왔다. 봄 같은 세상도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봄 같은 세상이 오라고 순천 와온, 여수 달천, 낙안 금둔사, 곡성, 구례를 돌아 섬진 강까지 샅샅이 밟았다. 밟아야 밟아야 웃자라는 청보리의 싱싱함과 봄의 전령 매화의 향기를 담았다. 이 나라 싱싱한 봄을 보내니 잘 받아서 모두들 싱싱해 지면 좋겠다. <편집자주> 글 = 조호진 / 사진 = 김해화
남도의 반란은 시작됐다. 꽃의 선동, 향기의 선전, 봄바람을 일으키며 일으키며, 남도는 그렇게 늘 선도적이었다. 꽃 피는 것도 반역이라면 각오하겠다 꽃 산천 남녘 땅... "무엇하시오"하고 소리쳤더니 "무엇이라고..."라고 희긋하게 대답했다. 다시 "무엇 캐는 거요" 물었더니 "꼬막 잡으요, 꼬막"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봄 해풍과 연애 걸 틈도 없이 바닥을 흩고 있는 남도의 아낙네들... 외 떨어져 꼬막 잡는 아낙네야 참 고막인지, 똥 고막인지 모르겠지만 뜨겁게 데쳐서 김 모락모락 그대로 먹으면 맛, 참 맛있것다. 그 뻘밭에서 뜨거운 꼬막을 고르는 소리 서걱서걱, 서걱서걱... 갈매기는 꼬막 고르는 소리에 침 흘렸다. 거름 받아먹는 봄 땅은 "헤헤" 좋아서 웃는다. 어릴 적 칠푼이 형, 마냥 좋아서 침 흘리듯이... 땅도 땅도 내 땅이다, 우리네 땅 살 쩌라, 살 쪄서 우리 동네 사람들 그늘 좀 없애 주라. 순천 낙안면 금둔사에 홍매화 피어서 붉그스레 핀 봄인데도 스님들은 새벽 예불에 곤했는지 자취가 없어 화장실 어디냐고 묻지 못했다. 그래서 대숲에 몰래 오줌 누었다. 하나, 둘, 꽃 세 송이 피었다. 꼭 우리 삼 형제처럼 피었길래 가난한 밥 덜어주는 밥상에 앉았듯이 그렇게 사이 좋게 꽃 피우라고 부탁했다. 봄이면 그런 노래 불렀다 달래며 냉이며 캐면서, 봄처녀 제 오시네... 그런데 봄처녀는 온데간데없는 땅이어서 노래 부르다 말았다. 뚝... 해바라기, 해바라기...겨울이 묻힌 외로움 혹은 거뭇한 땟자욱 말리려고 우리 동네 노인들 양지 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시렁구시렁 무슨 이야기하는데 잘 들리지 않아 귀 쫑긋거렸다. 우리나라에 색맹이 적은 것은 울굿불굿 꽃 대궐 때문만은 아니야 저 것 좀 보랑께 저 것 좀 보랑께 낙안 금둔사에 잘 칠해진 단청 좀 보랑께 봄이 오면 마늘 먹어야 쓰것다, 어멈아 겨울에 잃어버린 입맛 쓰디써서 된장에 풋마늘 "풋" 찍어서 한 입 베어 물고 우우, 맵고 매운 그 맛에 풍기는 냄새 어멈아, 어멈아, 마늘 내가 우리 사랑이다. 매화를 매화꽃이라 표현했다가 혼났다, 혼쭐났다 매화, 그 이름만 붙이면 된다고 꽃 자를 붙이지 않아도 꽃이라고 했다. 맞다 맞아... 철근쟁이 해화 형은 사진에 미쳐서 틈만 나면 산천을 쏘다닌다. 돈도 안 되는 시 쓰다가 돈도 안 되는 사진 찍다가 형수한테 혼나고도 사진 찍으러 쏘다닌다. 갈아엎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혁띠를 뒤집으며 혁명은 안과 밖이 뒤집히는 것이라고 핏대 높이더니 자기들이 뒤집히고 얻어터지고 돌아와서는 뒤 집을 것은 뒤집지 못하고 삼겹살만 뒤집었다. 땅도 뒤집히는 것이 좋은지 기분 좋아한다. 봄꽃의 시동은 매화다. 매화가 시동을 잘 걸어서인지 봄이 부릉부릉 상쾌하게 달리며 천지 산천을 일깨운다. 일어나라, 산천아, 좋은 시절이 왔다... 섬진 마을에 사는 늙은 아낙네 시퍼런 것 한가득 지고 가 길래 "혹시 봄똥 아니요" 했더니 "봄똥이 아니라 봄동이요" 했다. 발음이 너무 센 게 전라도 사투리다. 섬진강 팔아먹은 놈들 무진장 많다. 시인 놈, 모래 도둑놈들, 물장수 놈들...그런데 잡혀간 놈들은 없다. 그래서 섬진강은 수사기관을 믿지 않는다. 에라잇, 도둑놈들아... 섬진 나루에는 전설이 있다. 고구려 적 왜놈들이 쳐들어왔는데 두꺼비들이 울어울어 소리쳤더니 다 도망갔다더라 거짓말도 아주 기분 좋은 거짓말이어서 비석을 세웠는데 섬진강변 오고가는 사람들 고개 끄덕끄덕 한다. 매실은 장독에 담궈야 제 맛 난다고 했다. 장독에 매실 담그려고 했는데 이 동네 저 동네 이사 다니느라 값없이 주었던 게 후회된다. 어릴 적 장독 깼다가 혼난 생각도 갑자기 났다. 남도에 봄 오면 북도에도 봄 오겠지 윗녘 아랫녘 갈라진 우리 동네 슬픔도 없이 봄 맞아라. 핵도, 전쟁도, 패거리도, 정쟁도, 차별도, 성냄도 없이 모두들 立春大吉하시라... 아이들아 아이들아 놀 줄도 모르는 이 천치 같은 아이들아 공부는, 컴퓨터는, 잔소리는 다 팽개치고 봄 들녘으로 우르르 뛰쳐나가거라 아이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김해화/조호진 기자 자료출처:네이버매거진 자료제공:오마이뉴스 |
2003.03.03 20:56
[사진] 봄의 습격, 그런 세상 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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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거금도
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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