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어느날 김장하러 온 여동생이 무겁게 말문을 열어서 알았다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찬물을 벌컥 마시며 또다시 물어봐도 같은 대답일뿐.
허허, 이게 정말 생시인게 틀림없구나. 그러면 정말 떠났단 말인가.
어쩌자고 세상을 먼저 등져야만 했단말인가.
갑자기 자네를 보내구 나니 너무나두 마음에 죄책감이 남네.
자네를 잘 챙겨주지도 못하구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그 곳은 편안하리라 믿네.
정말 잘 가게나. 정말 잘가게나. 어떤 인연(因緣) 으로든 다시 만날 때까지.
이젠 우리도 자네를 잊겠네. 가느다란 휘파람을 불면서 잊으려고 노력 하겠네.
잘 안되더라도 참겠네. 그래야 하지 않겠나. 그 수밖에 없지 않겠나. 참아야지.
잘 가게. 이렇게라도 편지를 쓰지 않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거라네. 이 편지는 그대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쓴 것이라네.
이 편지를 그대가 받아 보리라 생각하니 그래도 위안이 되는군. 마음이 좀 편안해 지는군.
나는 다시 일을 시작 하겠네. 이 세상의 산 사람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