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화 - 발맘발맘
제주여행을 하다보면 필수적인 코스가 잠수함을 타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우도잠수함을 타고 수심 30m까지 내려가 보았다. 바다 속도 육지와 같이 계곡이 있어 고저가 있고 땅(모래)이 있으며 생물이 살고 있다. 한편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비티아스해연(마리아나해구지역)은 수심이 11,034m이며 에베르스트산의 높이는 8,848m이고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Km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측정할까?
바다의 깊이는 음향측심법이라고 하여 소리를 이용해서 측정하며, 산의 높이는 삼각함수 내지는 전파의 속도를 이용하며, 거리는 빛의 속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한다. 태양까지 거리의 경우 빛의 속도가 30만Km/s
이니 30만Km×500초=150,000,000Km란 것이다.
이렇듯 과학이 발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고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들은 우리가 직접 몸으로 체감하지 않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만 할 뿐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식들의 키가 얼마나 컸는지, 나의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으며, 학교나 직장까지의 통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의 각 가정에는 줄자와 체중계 등을 필수적으로 가지고 살지만 우리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에는 돼지 등을 팔 때 무게를 재려고 각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평형저울 외에는 어떠한 계량기기도 볼 수 없었다. (참, 초등학생용 삼각자와 30Cm 대나무 잣대 및 해태 결속용 작은 저울은 집집마다 있었지!)
몸무게와 키는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대충으로만 알았고(딱히 알 필요도 없었지만), 새끼 등의 길이도 ‘한 발, 두 발, 곤 백 발’이면 다 통용되었었다.
딱히 자가 없을 경우에 길이를 잴 때는 뼘을 이용했으며, 땅에다가 삼팔선, 비행기휘꼬끼, 익깡볼, 배구코트 등 놀이용 선을 그을 때는 발걸음으로 대강 재면 모두 오케이였다.
이제는 다시 그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이따금 사무실 등을 목측할 때는 지금도 발걸음으로 한 번씩 재보는데 그 이유가 그렇게 잰 결과가 많이 틀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경우 앞으로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하게 되면 발걸음으로 재거나 목측을 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뼘으로 길이를 재는 것을 '뼘다'라고 하며, 팔로써 길이나 거리를 재는 것을 ‘밞다’라고 하는데 이 단어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뜻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발맘발맘 : ①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재는 모양. ②자국을 살펴 가며 천천히 쫓아가는 모양.
밞다 - ①두 팔을 편 길이를 단위로 하여 길이를 재다. ②두 팔을 벌려서 마 주 잡아당기다. ③한 걸음씩 떼어 놓는 걸음의 길이를 단위로 하여 거리를 헤아리다. ④한 걸음씩 힘들여 앞으로 발을 떼어 놓다. ⑤어린아이가 한 걸 음씩 걷기 시작하다.
발밤발밤 :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뼘다 : 뼘으로 물건의 길이를 재다.(식탁의 길이와 폭을 뼘어 보았다.)
장뼘 :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뼘을 이름. 곧,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한껏 벌렸을 때의 길이.
쥐뼘 :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한껏 벌렸을 때의 길이.
집(게)뼘 : 엄지손가락과 둘째(집게)손가락을 한껏 벌렸을 때의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