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 잔다리밟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씩 끼가 다분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한결같이 어른 뺨 칠 정도의 실력들이다. 하기야 그 정도 되니까 티브이에도 출연했으리라.
드럼을 잘 치는 아이, 기타를 잘 치는 아이, 춤을 잘 추는 아이 등등 여러 방면의 끼가 많은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출연했는데 그들 중에 특히 소리를 잘하는 박성열군(초등학생)은 그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 정식 국악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또 어떤 초등학생(여자아이로 8살이라나?)은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라는 노래로 광고에도 출연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박성열군같이 판소리를 잘 하는 어린 소년을 가리켜 우리말로 ‘상투제침’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린 소년의 소리실력이 상투를 튼 어른의 소리보다 낫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천재라고 한다면 과연 천재란 태어난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무래도 이런 ‘끼’와 ‘천재성’은 태어날 때부터 그들에게 부여된 혜택(?)이지 않나 싶다. 그러나 아무리 타고난 천재성이라도 그것을 갈고 닦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법.
“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恨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법이여!”라며 자신의 양딸(송화)의 눈을 멀게 하여 그 양딸의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 자신은 그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어간 한 소리꾼의 일생과 그 뒤를 잇는 오누이의 이야기로 유명한 「서편제」라는 영화만 보더라도 득음을 하기 위한 송화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그 영화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죽은 영화였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각자의 독특한 개성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끼와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 그들은 단번에 돈과 명예가 보장된 스타로 부각되기 때문에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지만, 거북이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 하나씩 하나씩 자기네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또한 그렇게 이룬 꿈이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조심스런 의견에 여러분도 동조할 것이라 믿어 그들을 그렇게 부러워 할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어떤 계급 집단에서 ‘낮은 지위에서부터 높은 지위로 차차 오르는 것’을 ‘잔다리밟다’라고 한다는 것을 소개하며 맺는다.
상투제침 - 판소리를 잘 부르는 어린 소년. 상투를 튼 어른의 소리보다 낫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잔다리밟다 - 낮은 지위에서부터 높은 지위로 차차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