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화 : 자빡(2)
우리말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문법도 그렇고 띄어쓰기도 그렇고 같은 꼴로 쓰이지만 뜻이 다른 단어들도 많아서.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이해하고 외우면 되는데, 문제는 ‘쌀’이 생산되는 과정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즉, ‘못자리에 뿌리는 벼의 씨’를 ‘볍씨’라고 하는데 왜 ‘벼씨’라고 하지 않고 굳이 ‘볍씨’라고 했는지, 또 ‘옮겨심기 위하여 기른 어린 벼’를 ‘모’라고 하고, 또 이 모가 자라면 다시 ‘벼’라고 부르게 되며, 이 벼가 자라 이삭이 나오면 ‘나락’이라고 하며 그 나락이 익어서 수확하여 찧으면 ‘쌀’로 변하는 것 등을 말이다.
벼 → 볍씨 → 모 → 벼 → 나락 → 쌀로 변하는 과정마다 이름이 이렇게 달라짐에 대하여 농촌에서 낳아 농촌에서 자란 우리야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벼를 쌀나무라고 부르고 있는 요즘의 어린 세대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냥 어렵다.
각설하고,
가을에 생산된 벼는 추곡수매라는 방법으로 국가에서 매수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이중 곡가제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매가를 생산비에 맞게 올려 달라는 농민의 요구는 끝이 없고,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찌되었든 수매를 실시하면 검사원들은 벼 가마니에 등급표를 새긴 도장을 찍는데 그 찍는 기구를 ‘자빡’이라 한단다. 옛날 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절간고구마(우리 사투리로 ‘빼깽이’ 혹은 ‘빾빼기’)도 이런 수매과정을 거쳐 팔려나갔었는데.
올 해는 아직까지 비 피해도 없고 태풍 피해도 없어 쌀농사는 유래 없는 대풍인 것 같다. 많이 생산되고 수매가도 올라가 ‘자빡’을 찍는 검사원들의 손놀림과 농부들의 마음이 훨씬 가벼웠으면 좋겠고, 그리고 남은 쌀로 북한 동포들도 도와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누구 맘대로)
자빡 - 공판장 같은 데서 가마니나 마대 따위에 담은 알곡을 검사한 뒤 등급을 표시하기 위하여 찍는 기구.
2009년 가을에 누렇게 너울거리는 들판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