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 나, 혹시 위암?

 

 

지금부터 십오륙 년 전!

무엇을 조금만 잘 못 먹으면 토해 버리고 또 먹으면 토해 버리고 하여 평소 73kg 정도 되었던 몸무게가 63kg 까지 내려갔다.

어쩔 수 없이 내과병원을 찾았더니 방사선과엘 가서 X-ray 사진을 찍어 오란다.

아침도 굶고 방사선과엘 갔더니 무슨 하얀 액체를 마시게 하고는 어떤 기계에 나를 넣고 청룡열차가 부럽지 않게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주어 그 사진을 들고 다시 그 내과병원을 갔더니 그 사진을 본 의사는 나보고 큰 병원으로 가 보란다. 이거 혹시?????

 

광주기독교 병원에 잘 아는 선배가 서무과장으로 있어 전화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 사진을 가지고 내일 와 보란다.

다음 날.

또 아침을 굶고 가서 피도 빼고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지친 나에게 오후 다섯 시쯤 결과가 나오니 그때 오란다.

기분이 묘했다.

꼭 큰 병이, 이제는 나을 수 없는 어떤 큰 병(위암?)에 걸린 것 같았다.

 

다섯 시까지 무얼 하면서 보낸담?

나주 금천에서 공장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술 한 잔 사 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점심 겸 술을 같이 하자고 나주로 오라고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생략한 채 나는 술만 마셨다. 내일부터는 마실 수 없다는, 아니 이제 다시는 마실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술만 마셔 댔다.

술에 취하여 약속한 다섯 시를 훌쩍 넘기고야 병원엘 들렀더니 그 선배는 퇴근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그 선배의 안내로 검사결과를 들으러 가는 나의 심정은 사형언도를 듣기 위하여 재판정으로 들어가는 피고의 심정이 이럴까 하는 마음이었다.

두렵고도 떨리는 마음으로 담당 의사의 방엘 들어갔더니 그 의사는 나의 엑스레이 사진을 걸어 놓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하시는 말씀!

“위벽에 염증이 생겼네요. 세 달 정도 약을 드시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약 먹을 동안은 술도 삼가시고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염라대왕까지 만나고 되돌아 온 기분이었는데 나보다 더 좋아했던 사람은 바로 어제부터 오늘 그 순간까지 아무 말 없이 나의 투정을 받아 준, 바로 아내였다.

 

그 다음 날부터 보깨고 징건했던 증세가 사라지고 소화도 잘 되어 금방 예전의 몸무게를 되찾았는데, 이런 것을 두고  자기의 병을 자기가 만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깨다 - ①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 ②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

징건하다 -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 더부룩하고 그득한 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