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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세 살 버릇 어쩐다고?

 

 

숙습난방(熟習難防) : 몸에 밴 버릇은 고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

습여성성(習與性成) :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됨.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사람들은 한번 몸에 밴 버릇을 고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김유신이 화랑 시절에 습관적으로 드나들었던 천관녀의 집을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어머니에게 맹세하였는데 유신의 말()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자기의 등 위에서 졸고 있는 유신을 천관녀의 집까지 태우고 갔다. 잠에서 깬 유신이 다시는 천관녀의 집을 찾지 않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이자 자기의 몹쓸(?) 습관을 고치고자 단호히 칼로 애마(愛馬)의 목을 쳐서 죽였다는 일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한번 몸에 밴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이제 한창 사춘기로 이성을 그리워 할 청년인 유신이 자기의 첫사랑인 여인 앞에서 자기의 애마를 죽여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었던 것이다.

 

습관(혹은 버릇)을 이야기 하고 있자니 갑자기 16~17년 전에 들었던 어떤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그 친구의 아들이 날마다 PC방엘 간단다.

아무리 야단도 쳐보고 회유도 해 봤지만 막무가내란다.

그 아들의 변명을 요약하면 이 나는 안 갈려고 하는데 내 발이 그리로 대려가 버린다.”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과 자기의 의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어린아이를 매로만 다스릴 것이 아니어서 결국은 조그마한 컴퓨터를 사주고 말았다는.

 

이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집사람의 경우만 보아도 분명하다.

우리 집사람은 아침에 늦잠 자는 것을 즐긴다. 어디를 간다든지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아무 연속극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 즉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늦잠을 자고 아내가 깨우는 그런 일이 우리 집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과연 믿을까?

전날 술을 마셨던지 다른 일로 늦게 잠을 잤던 지를 불문하고 다음 날 아침의 나와 아내의 첫 대화는 여보, 일어나서 아침 준비해야지.”, 5분만 더 자고……이다.

그렇게 나의 금연을 종용하던 집사람에게 내가 담배를 끊을 테니 아침에 빨리 일어나라고 권유를 해도 나는 그렇게 못해요!”이다.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즈음도 내가 아침 7시에 전화로 깨워야만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리요!

 

이렇게 한번 몸에 밴 버릇이나 습관은 고치기가 힘드니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몸에 배게 하여야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으니 문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을 고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으니 옮겨 본다.

어느 날 묵자는 실을 물들이는 사람을 보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란색,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란색이 되는구나. 이렇게 물감에 따라 실의 색깔도 변하여 매번 다른 색깔을 만드니 물들이는 일이란 참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나 나라도 이와 같아 물들이는 방법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옛날 순()임금은 어진 신하 허유(許由)와 백양(伯陽)의 착함에 물들어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렸고, ()임금은 고요(皐燿)와 백익(伯益)의 가르침, ()의 탕왕(湯王)은 이윤(伊尹)과 중훼(仲虺)의 가르침, ()의 무왕(武王)은 태공망(太公望)과 주공단(周公旦)의 가르침에 물들어 천하의 제왕이 되었으며 그 공명이 천지를 뒤덮었다. 그리하여 후세 사람들이 천하에서 인의를 행한 임금을 꼽으라면 반드시 이들을 들어 말한다.

그러나 하()의 걸왕(桀王)은 간신 추치(推哆)의 사악함에 물들어 폭군이 되었고, 은나라의 주왕(紂王)은 숭후(崇侯), 오래(惡來)의 사악함, 주나라 여왕(勵王)은 괵공 장보(長父)와 영이종(榮夷終)의 사악함, 유왕(幽王)은 부공이(傅公夷)와 채공곡(蔡公穀)의 사악함에 물들어 음탕하고 잔학무도한 짓을 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잃고 자기 목숨마저 끊는 치욕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천하에 불의를 행하여 가장 악명 높은 임금을 꼽으라면 반드시 이들을 들어 말한다.

이는 곧, 평소에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일지라도 그것이 계속되면 습관화되어 생각과 태도가 길들여지는 것이므로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로 묵자(墨子) 소염(所染)편에 나온다.

이 글에서 나온 사자성어가 묵자비염(墨子悲染 : 묵자가 물들이는 것을 슬퍼한다는 말로, 사람들은 평소의 습관에 따라 그 성품과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며 묵자읍사(墨子泣絲)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의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 같은 잘못을 하지 아니하는 좋은 버릇을 뜻하는 저큼이라는 처음 보는 단어를 소개하고 맺는다.

 

저큼 - 잘못을 고치고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아니하는 버릇. 또는 그렇게 되도록 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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