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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 소의 울음소리

 

 

제83화 ‘워낭소리’에서 30여년을 동고동락했던 소의 무덤을 날마다 찾는다는 최원균 옹의 이야기가 암시하듯이 예부터 ‘소’라는 동물은 우리네 농가에서 제일로 치는 가축이었다.

제이 차 세계 대전이 한창일 때 일본은 군수물자가 부족하여 우리나라에서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강제로 공출한 바 있는데 너무나 광범위한 품목과 수량으로 우리 국민들은 숫제 약탈을 당하는 심정으로 일본을 원망하였다.

제사를 모시기 위하여 깊숙이 숨겨 놓은 한 줌의 쌀은 물론이요, 내년에 볍씨로 사용할 벼까지 찾아냈고, 심지어는 놋그릇, 놋수저 등 모든 쇠붙이와 가축들도 공출하였다. 하기야 위안부라는 명목으로 사람까지 강제로 공출(?)하였으니 더 말해 무어할까!

그런데 이 공출과정에서 다른 것들을 약탈당한 과정에서는 원망과 한숨뿐이었는데 소를 공출한 과정에서는 목숨을 걸고 반대했다는 기록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나 총칼을 앞세워 강탈하는 그네들의 힘을 어찌 막을 수 있었으리요!

이따금씩 화가 나면 그 야무진 뿔로 아무 물건이나 닥치는 대로 들이 받았던(이렇게 하는 것을 ‘뜸베질'이라 함) 한 성질 하는 소(이런 소를 '부사리'라고 함)였지만 그도 저 죽으러 가는 것을 아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음무~, 음무~’ 하면서 뒷걸음치는데, 자식 같이 애지중지 키워왔던 그 소를 무지막지하게 차에 태우고 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던 우리 부모님들의 심정은 자식을 총알받이로 내 보내는 그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소를 빼앗긴 각 농가들은 이제는 인근에 농사를 지을(논밭을 갈) 소마저 없어 저 멀리 고개 너머 마을까지 소를 빌리려 가야 하는 심정을 묘사한 대목을 어느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우골탑!

60년대에 대학교를 다녔던 우리 선배들은 대학교를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지금이야 건물의 층수도 낮고 초라하게 느껴지지만 그 시절의 ○○대학교는 무등산의 기슭아래서 뾰쪽뾰쪽 10층의 탑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탑이 농촌의 학생들이 소를 팔아 쌓은 탑이라는 뜻이었으리라. (위용을 자랑하는 다른 대학교의 건물들도 다 마찬가지다)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보다 귀하게 여긴 소를, 또 소보다 귀한 자식의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배내’를 하여 소를 기른다.

배내는 ‘남의 가축을 새끼 때부터 길러 다 자라거나 또는 새끼를 낸 뒤에 임자와 나누어 가지는 제도’인데 우리 금산에서는 주로 송아지를 길러 그 송아지가 자라 새끼를 낳으면 어미 소는 임자에게 돌려주고 새로 낳은 송아지는 길렀던 사람이 가지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

이제 또 몇 년이 지나 배내서 키운 그 송아지가 커서 어른 소가 되면 둘째를 위해서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말이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터인가 소를 농사용으로 키우는 경우는 없어지고 지금은 모두 식용으로만 키우는데 그것도 저 망할 놈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으로 인하여 말썽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뭉게구름이 둥실 떠가는 좋은 날에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제 짝을 부르는 소의 ‘영각’을 들을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인가!

 

뜸베질 - 소가 뿔로 물건을 닥치는 대로 들이 받는 짓.

부사리 - 머리로 잘 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

배내 - 남의 가축을 새끼 때부터 길러 다 자라거나 또는 새끼를 낸 뒤에 임 자와 나누어 가지는 제도.

영각 - 소가 길게 우는 소리. 주로 새끼나 암소를 그리며 우는 소리를 이름.

 

  • ?
    무적 2010.12.31 19:10

    날씨 관계로 계획했던 해넘이와 해돋이를

    부득이 광주의 아파트에서 해야 한다.

     

    이 글의 시작이 2010년 8월 31일이니

    오늘로 꼭 3개월이 지났다.

    일수로는 오늘을 포함하여 123일.

     

    계획한 120여편 중 89편이  올려졌으니

    꽤나 부지런을 떤 것도 같다.

    이제 남은 31편 중  초고가 완성된 것은 17편이니

    14편은 소재를 찾아서 처음부터  써야 한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내년 2월 말을 목표로

    최선을 다 해볼 생각이다.

     

    다섯시간 정도 남아 있는 이쯤에서 새해 인사를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 ?
    무적 2011.01.29 19:49

    뭉게구름이 둥실 떠가는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자기 새끼나  제 짝을 부르는 영각만을 생각했는데

    그 망할 놈의 구제역 때문에 죽음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며

    몸부림치는 소의 그 애처로운 눈을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날마다 구제역 방역에 동원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안스럽고

    모처럼의 명절 귀성을 자제하도록 부탁하고 있는

    각 지자체의 눈물겨운 투쟁이 안타깝다.

     

    곧  안정되겠지 하고 자위도 해보지만

    축산농가나 음식점 및 소비자들의 각종 하소연을 듣다 보면

    발생부터 보고, 예방, 방역까지가 신속하지 못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  관계부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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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적 2011.02.02 06:44

    부사리(머리로 잘 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위 글에 삽입하였다.

     

    얼른 구제역이 진정되어야 할 것인데...............

     

    축산농가에서는 설을 어디 설이라고 여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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