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윤솔아
서문여고 옆 식당 앞을 지나다 보면
내 키보다 훌쩍 큰 푸른 동백나무 한 그루가
겨울엔 잿빛 콘크리트 벽속에 박제되어 있는 것처럼
외롭게 홀로 서있는 것을 볼 때 면
왠지 나랑 같은 이방인이네 하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꽃망울이 단단하게 여물었군 하며
임을 향한 붉은 꽃잎은 언제나 필련가 하고 농한마디씩 주고 받고
추운 겨울 얼어 있는 내 마음을 달래며 설레게 했었는데
오늘 낮에 보니 동백의 붉은 꽃망울은 피지도 못하고 말라 시들어 가고
학교운동장화단에 피어 있는 때 이른 벚꽃은 만발하게 피어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왠놈의 계절도 선행학습을 하는가? 하며 동백의 편을 들어 한마디 거들고
동백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마르는 꼴을 보니
내 사는 꼴과 너무 닮아 마음이 편치 않다
모든 생활들이 빠름~ 빠름~하니
어린아이들도 선행학습으로 피곤하고
과일도 선행학습으로 제철을 잃어가고
자연도 선행학습을 하는 탓에
내가 싫어한 더위도 빨리 찾아 오련가 보네
2014. 03..29.토요일
선행학습
by 반야 posted Mar 29, 2014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문인들의 해변 문예학교가 열리는 소재원 4 | 운영자 | 2004.11.23 | 24696 |
» | 선행학습 1 | 반야 | 2014.03.29 | 2579 |
212 | 선 인 장 8 | 남창욱 | 2006.05.06 | 2745 |
211 | 석교 앞 바다/김영재 | 운암 | 2015.03.08 | 2299 |
210 | 서리꽃 | 선 창수(처) | 2008.11.23 | 6466 |
209 | 생일날 | 반야 | 2008.07.21 | 2611 |
208 | 생명의 숨결 5 | 박성준 | 2008.07.18 | 3707 |
207 | 샌프란시스코 3 | 남창욱 | 2007.05.13 | 2366 |
206 | 새해에 드리는 고백 1 | 천창우 | 2013.01.04 | 4659 |
205 | 새해에 | 윤솔아 | 2020.03.14 | 121 |
204 | 새벽선창 2 | 이연숙 | 2001.10.27 | 2598 |
203 | 새벽 산까치 1 | 진평주 | 2007.02.12 | 3209 |
202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1 | 선창수(처) | 2008.09.06 | 3922 |
201 | 새 아침/김영재 | 雲岩 | 2015.06.11 | 2064 |
200 | 새 아침 3 | 시김새 | 2003.11.30 | 1679 |
199 | 삶의 균형 1 | 목 계 | 2018.07.29 | 1076 |
198 | 삶과 죽음의 색깔 2 | 천창우 | 2008.06.30 | 3143 |
197 | 삶(便)의 향기/김영재 | 雲岩 | 2015.05.03 | 3631 |
196 | 살며시 오소서 이 계절에! 35 | 가을 동행 | 2005.09.21 | 4342 |
195 | 산의 사계 | 달그림자 | 2004.08.09 | 1825 |
194 | 산위에 올라서서! 1 | 황차연 | 2007.10.14 | 3012 |
좋은글 동감입니다.